26화. 조용히 문을 열다
26화. 조용히 문을 열다
그날은 유난히 몸이 무거웠다.
아랫배가 싸하게 당기고,
계단을 오를 때마다 다리가 묵직했다.
감기 기운인가 싶어 물을 많이 마셨다.
그렇게 하루를 보냈다.
분식집 작은 화장실에 들어간 건
오후 장사 한가할 무렵이었다.
바지를 내리고 앉는 순간,
나는 그대로 얼어붙었다.
붉은 자국이 속옷에 번져 있었다.
손끝으로 확인하고도 믿기지 않았다.
책에서 봤던,
그저 언젠가는 올 거라 생각했던 그 순간이
바로 지금, 여기에 온 거였다.
숨이 멎는 듯했고
얼굴이 붉어졌다.
"이걸… 어떻게 해야 하지…"
당황한 나는 화장지를 몇 겹 접어
속옷 안에 끼워 넣었다.
손은 바들바들 떨렸고,
심장이 귀 바로 옆에서 뛰는 것 같았다.
이모에게 말을 해야 할까,
아니면 그냥 엄마에게 전화할까.
아무 일 없다는 듯 식탁을 닦을까.
머릿속이 복잡했다.
그런데 그날 저녁,
식당 문을 닫고 나서
이모가 아무 말 없이 작은 봉지를 내밀었다.
“선영아.”
나는 고개를 들었다.
“엄마가 그러더라. 곧 그럴 거라고.
미리 챙겨줘야 했는데…
장사한다고 깜빡했네.”
봉지 안엔 생리대 한 팩이 들어 있었다.
이모는 시선도 부드럽게 낮추며 말했다.
“놀랐지? 처음이면 누구나 그래.
엄마도 그랬고, 나도 그랬어.”
나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눈물이 날 것 같았지만
울면 안 될 것 같아 꾹 참았다.
“필요한 거 있음 말해.
몰래 안 챙겨도 돼.
이제부터 네 몸이 달라지는 거니까.”
이모의 말이 어쩌면 그렇게
필요한 순간에 딱 들어맞는지
나는 한참 동안
그 작은 봉지를 손에 쥐고 있었다.
밤에 혼자 누워
엄마가 생각났다.
엄마 품이 그리웠지만
이모의 그 한마디와 그 눈빛이
그날따라 이상하게 엄마 같았다.
내 몸이 달라진다는 것.
누구에게도 말 못 한 비밀 같았던 변화가
그날, 그렇게 누군가의 따뜻한 손에 건네받으며
하나의 문이 되어
조용히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