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대문 앞에서

27화. 아빠가 왔다

27화. 아빠가 왔다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

식당 안 유리문 너머로

낯익은 옆모습이 보였다.


구겨진 점퍼를 입고

소주잔을 앞에 두고 앉은 사람.

눈으로만 몇 번을 확인하고서야

나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아빠…”


내가 작게 부르자

그가 고개를 돌렸다.

맞다.

우리 아빠였다.


식당 안이 잠시 조용해졌다.

아빠는 미소를 짓지 않았지만

눈빛이 단숨에 따뜻해졌다.


“왔냐, 선영아.”

아빠는 자리에서 일어나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모가 그 옆에서 말했다.

“아빠 오셔서 좋지? 이사 갈 집 세입자 나갔다고 해서

집 좀 손보러 올라오셨단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가슴 깊이 안도감이 밀려왔다.

아, 정말 이사 오는 거구나.

말로만 듣던 ‘가을에 이사’가

이젠 정말 시작된 거구나.


“우리 집이 바로 이 골목 뒤야.”

아빠는 식사를 마친 후

내 손에 종이봉투를 하나 쥐어줬다.

과일 몇 개와 작은 카스텔라 상자가 들어 있었다.


“이모랑 나눠 먹어라.

그리고… 잘 지내고 있어서 고맙다.”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빠 손등엔 굳은살이 박여 있었고

점퍼 자락은 군데군데 꿰맨 자국이 있었다.

낯설게 보이던 서울 거리에서

아빠는 그렇게 나를 찾아왔다.


“우리 집은 작지만 햇빛은 잘 들어.”

아빠는 그렇게 말하며

뒷골목을 한번 둘러보고

다음날 아침 일찍 짐을 들고 다시 시골로 내려가셨다.


나는 그날 밤,

이모 식당 방구석에 앉아

종이봉투 안에서 꺼낸 카스텔라를 한 입 베어 물었다.


조금 퍽퍽했지만,

이상하게 마음은 말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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