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화. 드디어, 가족이 오는 날
28화. 드디어, 가족이 오는 날
늦가을 토요일.
찬 바람이 골목 안으로 스며들던 그날,
나는 빗자루와 걸레를 들고
이모, 오빠와 함께 이사할 집으로 향했다.
멀지 않았다.
분식집 뒷골목을 돌아 몇 걸음만 더 가면
골목 끝, 작은 대문이 보였다.
낮고 좁은 문을 열고 들어서자
집 안은 조용했다.
아빠가 다녀가셨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도배가 바뀌었고, 장판은 새것 냄새가 났다.
창문은 투명하진 않았지만,
햇빛은 다정하게 들어오고 있었다.
“그렇게 지저분하지는 않네.”
이모가 창문을 열며 말했다.
“그래도 미리 청소해 두면 엄마가 편하지.”
나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이고
문지방 옆 구석부터 쓱쓱 걸레질을 시작했다.
오빠는 방 안쪽에 놓인 작은 의자에 앉아
대문 밖을 슬쩍 내다보았다.
“선영이 좋겠다.”
오빠가 말했다.
“가족이 다 모이네. 그동안 힘들었지?”
나는 걸레를 짠 물소리에 답을 섞었다.
“이모랑 오빠가 잘해주셔서… 덜 힘들었어.
근데 엄마랑 동생들이 보고 싶긴 해.”
작은 방 안에 엄마가 깔아줄 요를 상상해 보았다.
가운데엔 아마도 막내가 잘 테고,
엄마는 항상 벽 쪽에서 자셨다.
우리 집만의 자리가 있다.
바로 그런 자리가
이 집에도 생길 거라는 게 믿기지 않았다.
이모는 마루 한쪽에서 신문지를 펴고
쓸고 닦은 뒤 조용히 창문을 닫았다.
“오늘은 날이 맑으니 다행이네.
이사 오는 날 비 오면… 기분 축 처지거든.”
나는 문득 대문 밖으로 귀를 기울였다.
누군가 골목을 오르는 발소리.
낯익은 걸음소리,
그 속에 섞여 있는 작은 발걸음 소리.
“선영아!”
엄마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그대로 대문 밖으로 뛰어나갔다.
엄마 품에 얼굴을 묻고,
말없이 숨을 들이마셨다.
엄마 냄새.
이모도 좋지만,
엄마는 역시 엄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