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대문 앞에서

29화. 우리 집 냄새

29화. 우리 집 냄새

가족이 하나둘 들어오자

작던 방 안이 점점 숨 쉬기 시작했다.


제일 먼저 달려온 건 막내였다.

“누나가아 아아아—!

하고 외치며 달려와 나를 와락 안았다.

작년까지만 해도 품에 쏙 들어왔던 녀석이

이젠 나보다 어깨가 훌쩍 커진 듯했다.

내 코끝이 간지러워질 만큼 반가운 순간이었다.


곧이어 바로 밑 동생이 어깨에 배낭을 메고 따라 들어왔다.

“서울 좋았어?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혼자 다 해방이었겠네.”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눈빛은 나를 오래 그리워했던 것 같았다.


“해방은 무슨. 나 혼자 얼마나 심심했는데.

니들 올 줄 알았으면 진작 벽에 달력이라도 붙였지.”


엄마는 방 안에서 짐을 정리하다 말고

우리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말로만 하지 말고, 니들도 좀 거들어.”

하고 웃으셨다.


나는 반쯤 농담으로 말했다.

“이사 왔으니 이제 우리도 서울 사람이다, 응?

이 집에 먼지 하나 없이 닦은 건 바로 나야.”


이모가 주방에서

손에 걸레를 든 채 고개를 내밀며 말했다.

“맞아. 선영이가 아침부터 열심히 닦았어.

이 집에서 제일 먼저 땀 흘린 사람이야.”


오빠는 작은 장을 벽 쪽에 붙이며 말했다.

“이제 진짜 집 같다.”

그리고 나를 보며 씩 웃었다.


짐들이 자리를 잡아가고

아이들은 서로 방구석을 차지하겠다고

작은 소란을 벌였다.

그 소리가 정겹고 따뜻했다.


아직 정돈되지 않은 방,

비닐에 싸인 이불 더미,

그리고 커튼이 없어 훤히 보이는 창 밖.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안엔 이미 ‘우리 집 냄새’가 배어 있었다.


그날 밤,

우리는 좁은 방 안에 오순도순 누웠다.

낯선 천장의 무늬를 바라보며

내 옆에서 막내가 졸린 목소리로 말했다.


“누나, 우리 이제 여기서 진짜 같이 사는 거야?”


나는 대답 대신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마음속으로 또 하나의 계절을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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