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대문 앞에서

30화. 엄마의 아침밥은 축복이었다

30화. 엄마의 아침밥은 축복이었다

서울이란 곳은 신기했다.

버스도 많고 사람도 많고,

밤늦게까지 문을 여는 가게며

창밖 불빛 하나하나가 다 반짝이는 세상이었다.

난 그 모든 게 좋았다.

이모와 오빠,

그리고 새로 사귄 친구들 덕분에

서울살이가 꼭 외롭지만은 않았다.


그런데도,

무언가 늘 허했다.


학교에서 웃다가도

문득 텅 빈 집에 들어서는 저녁이면

그 공허함이 더 짙어졌고,

말이 없어지는 밤이면

엄마 품이 그리웠다.

뜨겁게 달궈진 전기장판 위에서

등을 구부리고 이불을 덮을 때

나는 가만히 눈을 감고

가족들이 밥 먹는 소리,

엄마가 부르는 목소리를 떠올렸다.


그리고 드디어,

가족이 서울로 올라왔다.

이사 온 첫날밤,

내가 알던 익숙한 숨소리와

잠꼬대, 코 고는 소리,

좁은 방 안의 따뜻한 온기가

가슴속 빈자리를 천천히 덮어주었다.


다음 날 아침,

부엌에서는 달그락거리는 소리와

된장국 냄새가 퍼졌다.

엄마는 앞치마를 두르고

밥상을 차리고 있었다.


“일어나, 밥 식겠다.”

엄마의 말에

나는 눈을 뜨며 웃었다.

이건 꿈이 아니구나,

진짜구나.


밥상 위엔

노릇한 계란말이,

조기 한 마리,

김치, 그리고 엄마가 끓인 된장국.

별다를 것 없는 반찬이었지만

내겐 그 어떤 외식보다 값졌다.


“엄마 밥은 서울밥보다 훨씬 맛있다.”

내가 중얼거리듯 말하자

엄마는 웃으며

“이젠 맨날 해줄 거야.” 했다.


그 순간,

마음 깊은 곳까지

따뜻한 국물이 스며드는 기분이었다.


그토록 바쁘고 북적이던 서울이

이제야 비로소 ‘집’ 같았다.

엄마가 있고,

동생들이 있고,

우리 가족이 함께 있는 이곳이

비로소

내가 안심할 수 있는 서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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