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화. 교복. 아니 사복
오늘은 교복 말고, 우리 옷으로 만나자
“선영아! 오늘은 옷 갈아입고 만나자!”
윤하가 눈을 반짝이며 내 팔을 잡았다.
하영이도 옆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토요일이잖아. 오늘은 우리 날이야.”
교실 가득한 책상과 칠판,
올림픽 체조 음악이 울리던 운동장.
그 익숙하고 조금은 지겨운 풍경에서
우린 잠시 벗어나기로 했다.
학교가 끝나자
우리는 약속이나 한 듯 각자의 집으로 흩어졌다.
가방을 내려놓고,
머리를 풀고,
거울 앞에 서서 옷장을 열었다.
그날 나는 연분홍 니트와 청바지를 골랐다.
서울에 와서 처음 산 옷이었다.
‘너무 촌스러워 보이지 않을까?’
거울을 몇 번이고 들여다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내렸다 했다.
시간이 되자
우리는 정류장 앞 문방구에서 다시 만났다.
윤하는 청록색 카디건에 플라워 치마,
하영이는 노란 맨투맨과 멜빵바지.
다들 교복이 아닐 뿐인데
왠지 어른이 된 기분이었다.
“우와, 너 이 니트 진짜 잘 어울린다.”
“윤하 너는 옷을 어떻게 그렇게 잘 골라?”
칭찬과 웃음이 번갈아가며 터졌다.
문방구 안을 천천히 돌며
우리는 사소한 것에 설렜다.
펄이 들어간 볼펜,
귀여운 캐릭터 지우개,
<하이틴 로맨스> 포스터,
그리고 케이크처럼 포장된 노트들.
“서태지 테이프 나왔대. 사러 가자!”
하영이의 말에
윤하가 눈을 번쩍이며 고개를 돌렸다.
“지금 가자! 레코드 가게 아직 열었어.”
우리는 걸음을 재촉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햇빛에 반짝이는 가게 유리를 향해 달렸다.
토요일 오후,
서울의 거리는 빛나고 있었고
우리는 교복을 벗고
처음으로 ‘우리’가 된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