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대문 앞에서

39화. "밤에 살짝 두고 간 편지"

39화. "밤에 살짝 두고 간 편지"

그날 밤,

나는 엄마가 문을 살짝 열다 닫는 소리에 잠에서 깨었다.

다시 눈을 감으려다

내 책상 위에 놓인 무언가가 눈에 들어왔다.


하얀 종이 위에

익숙한 글씨체로 적혀 있는 단 세 글자.


“우리 선영이”


그건,

엄마가

말로 다 하지 못한 속마음을 담은 편지였다.



---


> 선영아.


이렇게 곁에 있으면서도

네 얼굴을 바라보며 말하지 못한 것들이 있어

이 밤에 이렇게 글을 남겨본다.


너, 참 많이 컸다.

혼자 서울 먼저 와서 씩씩하게 잘 버텨준 것,

엄마는 절대 당연하게 여기지 않아.


처음 이모네 식당에 너를 맡기고 내려가던 날,

엄마는 버스 안에서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


밥은 제대로 먹을까,

아프진 않을까,

낯선 곳에서 외롭지는 않을까—

그 걱정으로 몇 날 며칠을 보냈단다.


그런데도,

너는 웃으면서 전화했고,

짧게나마 편지도 잘 썼지.

그 편지 하나하나,

엄마는 옷장 속에 아직도 고이 간직하고 있어.


이젠 아빠도 함께 이 집에서 지내게 되고,

우리 다 같이 한 지붕 아래서 밥을 먹게 되었지.


그게 얼마나 큰 기쁨인지

넌 아마 아직 모를 거야.


밤마다 네가 자는 얼굴을 보면

아, 우리 딸이 참 잘 자라고 있구나

엄마 마음이 뭉클하고 든든해진단다.


중학생이 되어

하루하루 새로운 일들 속에서

설레고 또 혼란스럽기도 하겠지만

네가 혼자가 아니라는 거,

기억해 줘.


몸이 변하고, 마음이 복잡할 때

엄마는 꼭 네 편이란 걸

잊지 말고

뭐든지 편하게 말해줘.


말하지 않아도

엄마는 네 마음을

자꾸 읽어보고 싶단다.


사랑해, 선영아.

누구보다도 많이.


– 네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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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를 다 읽고

나는 조용히 등을 돌려 눈을 감았다.

엄마가 주무시는 방에서

작은 숨소리가 들려왔다.

가까이 있지만

그 편지는

멀리 떨어져 있었던 그 시간들을

따스하게 감싸주는 한 장의 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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