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8화: 서로 다른 꿈, 같은 시간 속에서
제58화: 서로 다른 꿈, 같은 시간 속에서
봄방학이 가까워지던 어느 날, 하영이는 조심스레 내게 말을 꺼냈다.
“선영아, 나 요즘 조금 고민돼… 문과랑 이과 중에 뭘 선택해야 할지 모르겠어.”
교실엔 오후 햇살이 길게 들었고, 아이들 몇은 체육복 차림으로 매점에서 돌아오는 길이었다.
나는 하영이의 말을 한 번 되새기고 고개를 끄덕였다.
“문과 하면 뭐 하고 싶은데?”
“국문과나 심리학 쪽… 글 쓰는 것도 좋고 사람 마음 들여다보는 것도 좋아.”
“근데?”
“선생님이 이과 쪽이 성적 더 좋다고, 너 정도면 의대 생각해 보라는데… 솔직히 그건 자신 없어.”
하영이의 눈빛은 언제나 반짝였지만, 그날따라 조금 흔들려 보였다.
나는 하영이가 늘 완벽할 거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갈림길에서 망설이는 모습이 오히려 더 사람 같아 보여서 마음이 쓰였다.
“난…”
잠깐 말이 맺혔다.
“나도… 나중에 뭐 하고 싶은지 모르겠어. 그냥… 책이 좋아서 읽고 쓰는 건 좋은데, 그걸로 뭘 할 수 있을진 잘 모르겠어.”
하영이가 미소를 지었다.
“그건 너다운 것 같아. 언젠가 글 쓰는 사람이 될 수도 있겠다?”
그 말에 심장이 콩, 하고 울렸다.
누구도 내게 그렇게 말한 적이 없었다.
‘글을 쓴다’는 건, 내 안에서만 키우는 작은 비밀 같았으니까.
하영이와 나는 말없이 교정을 걸었다.
교실 창가엔 시험지를 마무리하는 선생님의 모습이 보였고, 체육관에선 다음 장기자랑 준비를 하는 반 친구들의 소리가 들렸다.
그 순간, 내가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 사이에서 흔들리는 마음들이 가득 느껴졌다.
그날 밤, 나는 집에서 노트를 펼쳐 조심스럽게 적었다.
‘나는 아직 뭘 잘하는지 모르지만, 내가 좋아하는 건 계속해도 괜찮지 않을까.’
문득, 하영이도 나도…
우리 모두 어쩌면 같은 고민 속에서 나란히 걸어가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했다.
결국 어떤 길을 택하든, 우리가 함께 걷는 이 시간만은 소중하다는 걸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