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대문 앞에서

제66화. 윤하의 노래를 듣는 날

제66화. 윤하의 노래를 듣는 날

“같이 갈래? 오늘은 레슨 선생님이 라이브 수업 하신대.”


윤하의 말은 언제나 부드럽고도 당당했다.

나는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평소라면 "나중에"라며 피했을지도 모르지만

그날은 괜히 마음이 따라가고 싶었다.


우리는 버스를 타고

서너 정거장을 지나

작은 건물 5층에 있는 음악 학원으로 갔다.

건물 벽에 '보컬 트레이닝'이라는 글자가 선명했다.


엘리베이터 안, 윤하는

헤드폰을 귀에 꽂은 채 흥얼거리고 있었다.

그 모습이 이상하게 빛나 보였다.

‘내 친구가 이렇게 멋졌던가…’

작은 감탄이 가슴 한구석을 찔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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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슨실은 생각보다 작았다.

마이크 하나, 반주기 하나, 스피커, 그리고 커다란 거울.


“오늘은 라이브처럼 해볼 거니까,

무대라고 생각하고 시작해 보자.”


윤하가 선생님 앞에 섰다.

반주가 시작되자, 윤하의 표정이 달라졌다.

익숙한 노래였다.

지난 장기자랑 때도 불렀던 이선희의 곡,

그날보다 더 깊은 울림이 있었다.


윤하의 목소리는 맑으면서도 단단했다.

말로 설명하기 힘든 감정들이,

노래를 타고 방 안에 퍼졌다.

나는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들었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이건… 무언가 진짜다.'

그 순간만큼은,

윤하는 교복 입은 소녀가 아니라

진짜 무대 위의 가수 같았다.


“음정 좋고, 호흡도 많이 좋아졌어.

근데 후반부 감정이 조금만 더 눌러줘.

기억해, 힘이 다가 아니야.

진짜 노래는… 마음이야.”


선생님의 말에 윤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대화가 어쩐지 나한테도 깊이 와닿았다.


‘진짜 글도… 마음으로 쓰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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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슨이 끝난 뒤 우리는 근처 편의점에서 따끈한 어묵을 먹었다.

“넌… 언제부터 이렇게 진지했어?”

내가 물었다.


“진지한 거 아냐.

노래할 땐 그냥… 나 자신이 되는 기분이야.”

윤하는 씩 웃으며 말을 이었다.

“너도 그런 거 있잖아.

글 쓸 때. 눈에 보이지도 않던 문장이

갑자기 확 떠오르는 순간.”


나는 그 말을 듣고

한참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건… 정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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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돌아가는 길,

나는 조용히 이어폰을 꽂고

윤하가 불렀던 곡을 찾아들었다.

노래는 노래 그 이상이었다.

누군가의 기억,

누군가의 상처,

누군가의 꿈이 녹아 있는 이야기.


나는 그제야 알았다.

글도, 노래도 결국 같은 걸지도 모른다고.

사람을 울리는 건

화려한 기교나 기술이 아니라

진심이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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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책상 앞에서

나는 짧은 단편 하나를 썼다.

제목은 “목소리”.

윤하가 주인공이었다.

그 아이의 맑은 노래와

노래를 부를 때의 눈빛,

무대에 서는 꿈을 꾸는 마음.


내 글에선 처음으로

내가 아닌 누군가의 진심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 이후,

윤하를 보며

나도 내 꿈을 좀 더 믿기로 했다.


나도, 무언가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비록 아직은 불확실하고 흔들리지만

진심을 다해,

하나씩 써 내려가다 보면

나도 언젠가 누군가에게

‘마음으로 다가가는 글’을 쓸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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