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 끝에서 본 상여

28화 어어이. 어어 그날의 상여

《오래된 천조각》 28화

〈어어이, 어이… 그날의 상여〉


어어이… 어이…

구슬픈 가락이 마을 골목을 감싸며 울려 퍼졌다.

그날, 나는 마당 끝 평상에 앉아 있었다.

손에 쥔 조그마한 고무신을 내려다보다

그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언덕 위 먼 길 어귀에서

하얀 무리들이 내려오고 있었다.

한 사람, 두 사람,

줄지어 오는 그 모습은

마치 구름이 천천히 땅을 덮는 것 같았다.


**


마을 남자 어른들이 모두 모였다.

머리에는 흰 상투를 틀고,

몸엔 무명천으로 만든 똑같은 상복을 걸쳤다.

팔뚝엔 검은 띠가 둘려 있었고

앞장선 이는 느릿하게 커다란 종을 쳤다.

종소리는 땅 속 깊은 슬픔을 깨우는 듯했다.


“어어이— 어이—”


그 소리는 사람의 입에서 나왔지만

어쩐지 하늘에서 뚝뚝 떨어지는 소리 같았다.

어른들은 상여를 들고 천천히 마을을 돌았다.

하얀 종이로 만든 꽃들이 흔들리고

바람이 스치면, 가마 위 천이 펄럭였다.


**


나는 평상에서 일어나

울타리 너머로 그 무리를 지켜봤다.

커다란 상여가 지나가는 동안

어느 집이든 바깥문을 열고

고개를 숙였다.


엄마는 마당 끝에서

손을 모아 조용히 기도했고

나는 그 모습이 너무 진지해서

덩달아 말없이 따라 했다.


**


그날은 햇살도 조용했다.

닭도 울지 않았고,

마루 밑의 강아지도 가만히 웅크리고 있었다.


“사람이 죽으면 이렇게 가는 거야?”

내가 물었고, 엄마는 조용히 고개만 끄덕였다.


“멀리, 하늘로 가는 거야. 고요한 곳으로.”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지 못했지만

나는 괜히 숨을 참으며 그 무리를 바라봤다.


**


상여가 마을 끝을 돌아 논둑길로 접어들었다.

그제야 아이들은 뒤에서 조용히 따라갔다.

나도 한 발, 한 발

그 구름 같은 상여를 따라 걸었다.


어느 순간, 상여 위에서

하얀 종이꽃 하나가 떨어졌다.

나는 그것을 조심히 주워

작은 주머니에 넣었다.


지금도 간직하고 있다.

그 종이꽃은 사라졌지만

그날의 소리, 그날의 슬픔은

여전히 내 안에서 조용히 흔들린다.


**


“어어이— 어이—”


그 가락은 죽음을 부르짖는 소리이면서도

남은 이들의 마음을 다독이는 기도였다.

그 구슬픈 노래가

마을을 돌고, 마음을 돌고,

결국은 다시, 삶의 자리로 돌아오게 했다.


그해 여름, 나는 여섯 살.

죽음을 처음 본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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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천조각》 28화

〈어어이, 어이… 그날의 상여〉

“죽음을 처음 목격한 여섯 살 미숙의 기억,

구슬픈 종소리와 흰 상여가 마을을 감싸던 그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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