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 끝에서 본 세상

33화. 큰 이모네 집엔 항상 무언가 있었다

《오래된 천조각》

33화. 큰 이모네 집엔 항상 무언가 있었다


가끔, 우리 가족은 온 식구가

보따리 보따리를 들고

버스를 한 시간 넘게 타고

큰 이모네 집으로 향하곤 했다.


엄마는 이모네 갈 때마다

뭔가를 꼭 준비하셨다.

묵직한 보따리는 아빠와 언니들,

그리고 나의 작은 손에도 하나씩 쥐어졌다.

그것은 언제나

우리 가족이 ‘함께’ 간다는 신호였다.


큰 이모는 평택역에서 가까운 곳에 살았다.

논밭과 시내가 어우러진 그 동네,

이모네는 내게는 너무나 멋진 2층 양옥집이었다.


지붕 쪽으로 나 있는 작은 문을 통해

올라간 2층 옥상에는

커다란 장독대가 줄지어 있었고,

햇볕은 늘 거기서 가장 먼저 머물렀다.


무엇보다 내 마음을 설레게 했던 건

이모네 집에는 오빠가 둘이나 있었다는 것.

날 놀리기만 하는 남동생들과는 달리

이모네 큰오빠는 조용하고 멋졌고

그림을 아주 잘 그렸다.


그 오빠의 방엔

커다란 스케치북과 각종 색연필,

유화물감과 붓,

화방에서나 볼 수 있는 도구들로 가득했다.

나는 조심조심 방 안에 들어가

그림을 한참 들여다보다가

몰래 스케치북을 넘겨보곤 했다.


이모네 집은 도시 냄새가 났다.

각종 통조림, 햄, 사탕, 과자,

그땐 보기 힘들던 복숭아 통조림까지.


큰 이모는 아이들이 한 방에 모여 노는 걸 좋아하셨고,

가끔은 직접 방 안으로

간식 한 쟁반을 가져다주셨다.


“여기 있다, 니들끼리 맛나게 먹어라.”

그 말에 방 안은 금세

달콤한 복숭아 국물 향과

바삭한 과자 부스러기로 가득했다.


그때 나는 알았다.

이모네 집엔 꼭 무언가가 ‘있었다’.

무심한 듯 챙겨주는 손길,

살짝 부러운 도시의 냄새,

조용히 그림을 그리던 오빠의 방처럼

아직 열어보지 않은 세계의 문이

이모네에선 활짝 열려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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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들이 뛰놀던 그 마당에서

웃고 울던 기억, 함께 떠올려 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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