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골목

12화 언니는 빛났지만, 빛만 있진 않았다


언니는 빛났지만, 빛만 있진 않았다


언니는 공부를 참 잘했다.

상업계 고등학교에 전교 10등으로 입학했고,

지금은 3등이라 했다.

나는 그 숫자의 크기보다

아빠 얼굴의 환한 표정을 더 먼저 떠올린다.


아빠는 언니 얘기만 나오면

허리를 쭉 펴고 말했다.

“우리 미자는 이번에 전국 시험에서 또 상 탔다.”

“학년에서 제일 먼저 1급 자격증 땄단다.”

그 자랑은 자랑으로 끝나지 않고

어느새 가족 모두에게 은근한 기준이 되었다.


언니는 전국에서 모여 시험을 치는 데서도

이상하게 꼭 상을 타왔다.

집으로 돌아오는 언니 손엔

항상 도장이 찍힌 종이와 상장이 들려 있었다.

나는 그걸 보며 ‘멋지다’는 말보다는

‘나는 저렇게 못할 거다’라는 생각을 먼저 했다.


엄마는 언니를 은근히 의지했다.

집안일의 순서부터, 쌀 떨어지는 날까지

언니에게 묻는 일이 점점 많아졌다.

그런 엄마를 나는 어렴풋이 느꼈다.

엄마가 언니를 좋아하면서도

조금 어려워하는 마음도.


어릴 적엔 엄마가 모든 걸 정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언니가 ‘엄마 다음 사람’이 되었다.

말은 없었지만

가족의 무게 중심이 언니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는 걸

나는 어린 감각으로도 알아챘다.


언니는 기쁘다고 말하지 않았고,

힘들다고도 말하지 않았다.

그저 그 모든 것을 자기 자리에 쌓아두듯

차곡차곡 감당하고 있었다.

그 모습이 대단하다고 생각했지만

한편으론 조금 외로워 보이기도 했다.


나는 그 빛나는 언니 옆에서

내 그림자가 더 짙어지는 걸 느끼곤 했다.

누구도 그런 말을 하진 않았지만

언니는 늘 ‘잘해야 하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런 언니를

조용히 바라보는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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