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골목

29화

기억의 골목 36화

그 슬픔 위에 내가 있었다


아들을 잃고 난 뒤, 엄마는 몇 날 며칠을 울기만 하셨단다.

희망처럼 찾아온 아이였기에,

작게 울던 그 아기의 숨이 멎었을 때

엄마의 심장도 반쯤 꺼져버린 듯했단다.


이웃들이 ‘또 금방 생길 거야’ 위로를 해도

엄마는 그 말들이 가시처럼 아프셨대.

눈만 감으면 떠오르는 작은 얼굴,

아기에게 덮어주던 하얀 천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고 했다.


그러다 어느 날,

엄마는 다시 몸이 달라진 걸 느끼셨단다.

며칠이고 말도 안 하고 밭일만 하시다가

가만히 무릎 꿇고 앉아, 손으로 배를 짚으셨다고 했다.


“이 아이가… 와 줬구나…”


그 아이가 바로 나였다.

잊기 위해 몸을 혹사하고,

잠시라도 마음이 멈추면 아들의 얼굴이 떠오르던 그 시간 속에서

나는 엄마의 뱃속에 조용히 자라고 있었다.


엄마는 나를 품고도, 쉬지 않으셨다.

해뜨기 전엔 아궁이에 불을 지폈고,

햇빛이 머리꼭지로 내리쬘 때는 밭에 나가 김을 매셨다.

작은 봉제틀 위에서 눈을 뜨고 바느질을 했고,

가슴속에서는 계속 아들을 부르며 울었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씩 흘러가면서

엄마의 손은 더 단단해졌고,

그 슬픔의 자리에 나라는 존재가 조금씩 자리를 내어주었다.


“너 아니었음…

엄만 그때, 정말 살아 있을 이유를 모르겠더라.”


몇 번이고 들었던 그 말.

살아야 할 이유가 된다는 건,

한 사람의 인생을 살려내는 일이었다.

엄마는 슬픔 위에 나를 얹고,

그 무게로 다시 땅을 딛고 살아나셨다.


나는 그런 엄마의 품에서,

태어나기도 전부터 살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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