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골목

40화

기억의 골목 40화

세 자매의 아침


내가 태어난 다음 해,

언니는 국민학교 1학년이 되었고

미경언니는 다섯 살.

그렇게 우리 집에는

세 자매가 살고 있었다.


엄마는 이른 아침이면

세 아이를 하나씩 둘러보며 하루를 시작하셨다.

젖먹이를 둘러메고,

미경언니 손을 붙잡고,

학교 가야 하는 큰언니에게는 도시락을 챙겨주셨다.


언니는 책가방보다 더 무겁게

막내 동생 걱정을 품고 학교에 갔다.

첫 교과서를 받아 든 그 해,

언니는 글씨보다 먼저

가족의 형편과 엄마의 얼굴을 외워야 했다.


다섯 살 미경언니는

어중간한 나이에 어중간한 자리를 차지한 아이였다.

아기와 언니 사이,

장난감을 갖고 놀기보단

종종 나를 안아달라는 엄마의 부탁을 더 자주 들었을 것이다.

어린아이로 살기도 전에

미경언니도 막내 언니가 되어 있었다.


나는 그 시절,

기억도 없고 말도 없었지만

세 자매의 중심이 되어 있었다.

엄마의 등에 업히고,

언니 무릎에 앉고,

미경언니의 팔짱에 끼어 하루를 보냈다.


어떤 날은,

언니가 학교에 가자 울음을 터뜨렸고

어떤 날은,

미경언니가 나를 달래느라 낮잠을 놓쳤다.


엄마는

그 풍경을 ‘악착같이’ 살아냈고,

우리 자매는

그 풍경을 ‘당연하게’ 기억 속에 새기며 자랐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 집은 참 조용하면서도 시끌벅적했고,

그날의 부엌은

작은 솥 하나로 세 자매를 끓이고, 달래고, 키우는

시간의 항아리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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