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골목

50화

기억의 골목 50화

엄마 뱃속엔 또 다른 동생이 있었어요

나는 다섯 살이었다.
집엔 남동생이 이제 막 두 돌이 채 안 됐고,
엄마는 다시 배가 불러 있었다.
둥그런 엄마의 배는 신기하게도
날마다 조금씩 커졌다.
아마도 거기 안에
또 다른 동생이 있었던 모양이다.

그 시절, 나는 슬레이트 지붕 아래
안마당을 뛰놀다,
엄마가 허리 잡고 앉아 계시는 모습을
자주 보았다.

“엄마, 배 안에 뭐 있어?”
“너 동생.”
“또 동생?”
나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동생은 이제 그만 나왔으면 좋겠는데
또 생긴다니,
나는 기분이 묘했다.

아직도 기억난다.
엄마는 흰 고무신을 신고,
항상 앞치마를 두르고 계셨다.
배가 무거워 밭일을 멈추셨지만
미싱은 멈추지 않으셨다.
낮에는 천을 자르고,
밤에는 바느질을 하시며
엄마는 쉴 틈 없이 움직이셨다.

나는 엄마 곁에 앉아
실타래를 손에 감고 놀거나
엄마 배에 귀를 대보곤 했다.

“움직여요!”
“그렇지? 발로 찬 거야.”
엄마는 웃었고
나는 그 안의 작은 존재를 상상하며
몹시도 궁금해졌다.

그 시절 나는
내가 사랑을 다 받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동생이 태어나면서
사랑은 나눠지는 듯했고
조금은 외로운 마음도 들었다.

남동생이 울면
엄마는 급히 달려가 안아주었고
나는 마루 끝에서 그 모습을
조용히 바라보곤 했다.

“나는 어릴 때 이렇게 안아줬을까?”
이런 생각을
다섯 살짜리 아이가 한다는 걸
지금 생각하면 웃기기도 하다.
하지만 그땐
참 진지한 마음이었다.

그러면서도
나는 엄마 배가 흔들릴 때마다
괜히 손을 얹어보고,
속삭이듯 말했다.

“나 언니야. 나 착하지?”
엄마는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그래, 너 참 잘하고 있어.”
하고 말씀하셨다.

그 한마디면 또 마음이 풀렸다.
엄마의 손끝은
언제나 따뜻했다.

슬레이트 지붕 아래
점점 식구가 늘어나는 소리,
두런두런 말소리,
엄마가 바느질할 때 나는
철컥철컥 미싱 소리.
그 모든 것들이
나의 유년을 채워갔다.

그리고 그 해 겨울이 다가오던 어느 날,
엄마는 산통이 왔고
우리는 또 한 명의 식구를 맞았다.
막내 남동생이었다.

내가 5살이던 해,
엄마 뱃속에서부터 기다렸던 아이는
이제 우리 집 마당을 울림으로 가득 채우는
아기 울음을 품고 태어났다.

나는 이제 진짜 언니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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