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화
기억의 골목 51화
작은 어른이 된 여섯 살
나는 여섯 살이었고,
막내 동생을 전담하고 있었다.
아직 국민학교에도 들어가지 않은 나였지만,
아침이면 동생을 안고, 업고,
바로 밑의 남동생 손을 잡고
마당을 맴돌았다.
엄마는 늘 바빴고,
그 바쁨을 나는 알 수 없을 정도로
자연스럽게 감지해내곤 했다.
아마 그 무렵, 미경 언니는
국민학교 1학년이었고,
여름부터 병약해져 외출이 줄어들었다.
큰언니는 공부 때문에 집에 있는 시간이 적었고
집안의 어린 동생들은,
고스란히 내 몫이었다.
나는 그게 당연한 줄 알았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고,
엄마가 부탁하지도 않았지만,
막내를 업는 건 내 일이었고
밥 먹을 때 동생들 입에 숟가락을 넣어주는 것도
내 손이었다.
기억이 난다.
미경 언니가 외출하려고
동네 친구와 마당에서 얘기할 때면
나는 어느새 그 옆에 붙어 있었다.
“나도 갈래.”
“너 애 봐야 하잖아.”
“금방 다녀올게. 애 데리고 가면 되잖아.”
나는 막내를 등에 업고
미경 언니의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다.
동네 아주머니들은
그런 내 모습을 보고
“얘는 벌써 엄마 반이네.”
하고 웃으셨지만,
그 말이 칭찬인지, 안쓰러움인지는
어린 나로선 알 수 없었다.
나는 막내 동생을 사랑했다.
작고 따뜻한 아이.
내 등을 꾹꾹 누르며 잠드는 그 무게가
가끔은 힘들고
가끔은 자랑스러웠다.
엄마는 바삐 밭일을 다녀오시며
땀에 젖은 손으로
내 머리를 쓰다듬고는
“우리 미순이가 다 해줬구나.”
하시곤 했다.
그 한마디면,
그날 하루는 보람찼다.
내가 뭔가 해낸 기분.
아무도 시키지 않았지만
나는 누군가를 돕고 있다는 기쁨.
막내가 울면
나는 노래를 불렀고
노을이 질 무렵엔
세 아이가 나란히 마루에 앉아
엄마를 기다렸다.
기억 저편, 큰언니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
학교와 학원, 책과 공부에 묻혀
언니는 점점 조용한 어른이 되어갔고,
나는 그보다 더 어린 나이에
작은 어른이 되어 있었다.
나는 막내의 젖병을 씻고
때때로 기저귀를 갈았고
돌이켜보면
놀이터보다는 우물가와 부엌 근처가
더 익숙한 아이였다.
그게 내 유년의 풍경이었다.
사랑이란 이름 아래
순서를 잴 수 없었던 관심들.
딸이었지만 아들 같은 손길로
나는 엄마의 빈틈을 메우고 있었다.
아빠는 농사일로 바쁘셨고
엄마는 미싱과 부엌과 밭 사이를
끊임없이 오가셨다.
그래서일까.
나는 내가 막내인 줄 착각했던 순간보다
내가 막내를 키우는 줄 알았던 순간이
더 또렷하게 남아 있다.
그 시절의 나는
작고 슬기로운 어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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