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골목

56화

by 기억을 뀌메는 사람 황미순

기억의 골목 56화

흙빛 사진 속, 소녀 엄마


어느 날 오래된 서랍장 깊숙한 곳에서

낡은 사진첩 하나를 꺼냈다.

가죽이 해지고 모서리는 다 닳아 있었다.

하얀 비닐 장 위에 올려진 흙빛 사진들.

사진마다 낯설고도 익숙한 얼굴들이

조용히 웃고 있었다.


나는 페이지를 넘기다

눈에 확 들어오는 한 장의 사진에서 멈췄다.

두 소녀가 돌담을 등지고 서 있었다.

둘 다 풀잎을 손에 들고,

사포시 웃고 있었다.

양갈래 머리를 단정히 땋은 소녀는

유난히 뽀얗고 예뻤다.


“엄마, 이거 누구야?”

나는 사진을 들고 엄마에게 묻는다.

엄마는 그때 설거지를 하시다 말고 돌아보며

살짝 웃으셨다.


“엄마야. 그리고 옆에는 둘째 이모.”

그 말에 나는 사진 속 얼굴을 다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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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 끝에서 바라본 유년의 기억을 꿰메어 글을 씁니다. 삶의 조각들을 하나씩 꿰메어 언젠가는 나만의 ‘토지’를 완성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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