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골목

62화

by 기억을 뀌메는 사람 황미순

기억의 골목 62화

마루 끝에서 트로트을 부르던 엄마


해가 중천을 넘기고

밥상과 설거지가 끝나고 나면

엄마는 마루 끝에 앉았다.


발바닥은 뜨거운 마루 위에,

등은 문기둥에 기댄 채,

팔에는 손빨래로 마른 수건 한 장을 얹어

느긋하게 잠시 숨을 돌렸다.


그때면 어디선가

낡은 키ㆍ세트(카세트 플레이어)에서

라디오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차표 한 장~ 달랑 들고~ 떠는~ 이음~”


“섬 물 맑은~ 바닷”


엄마는 트로트을 부르며

살짝 웃기도 하고, 눈을 감기도 하셨다.

흥얼흥얼 따라 부르며

언뜻언뜻 먼 데를 바라보는 눈빛은

늘 그 시절을 거슬러 올라가는 듯 보였다.


엄마가 가장 자주 부르던 노래는

**‘차표 한 장’**과 ‘섬마을 아가씨’,

그리고 **‘삼백예순 날’**이었다.


엄마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맑고 투명한 느낌이 있었다.

가슴 깊은 곳에서 천천히 떠오르는 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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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 끝에서 바라본 유년의 기억을 꿰메어 글을 씁니다. 삶의 조각들을 하나씩 꿰메어 언젠가는 나만의 ‘토지’를 완성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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