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골목

63화

by 기억을 뀌메는 사람 황미순

기억의 골목 63화

엄마는 까막눈이었다


나는 어느 날 처음 알게 되었다.

엄마는 글씨를 읽지 못하신다는 걸.

엄마는 까막눈이었다.


어린 시절,

나는 엄마가 무슨 일이든 다 할 줄 아는 사람이라 생각했다.

밥도 잘하고, 반찬도 뚝딱 만들고,

바느질, 미싱, 농사, 빨래, 애기 보는 일까지 못하는 게 없었다.

그런 엄마가 글자는 모른다는 사실은

어린 나에게 작은 충격이었다.


그날도 그랬다.

나는 방 안에서 숙제를 하고 있었다.

책상이라기엔 비좁고 삐걱거리는 작은 상 위에 엎드려

공책에 연필을 굴리고 있었는데,

엄마가 조심스레 한 장의 종이를 내밀었다.


“얘야, 이거 좀 읽어줘.”


종이는 조금 구겨져 있었고,

연필로 꾹꾹 눌러쓴 글씨가 삐뚤삐뚤 적혀 있었다.

엄마는 그 종이를 다소곳이 두 손으로 들고 계셨다.


나는 그 종이를 받아 읽기 시작했다.


> “섬마을 아가씨 물 맑은 바닷가에

오늘도 기다리는~ 그 님은 안 오시네…”




노랫말이었다.

엄마가 평소 흥얼거리던 그 트롯.

그때까지 나는 엄마가 라디오에서 듣고

그저 흥으로 따라 부르시는 줄만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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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 끝에서 바라본 유년의 기억을 꿰메어 글을 씁니다. 삶의 조각들을 하나씩 꿰메어 언젠가는 나만의 ‘토지’를 완성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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