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골목

제65화

by 기억을 뀌메는 사람 황미순

제65화 – 엄마의 첫 숫자 수업

마루 끝에 엎드려 책을 읽던 어느 날 오후였다.

세찬 햇볕이 안마당에 내려앉았고,

부엌에선 조용한 칼질 소리만 들렸다.


엄마는 감자를 깎고 계셨고,

나는 그 소리에 맞춰 책장을 넘겼다.


“엄마, 내가 한글 가르쳐줄까?”

문득, 나도 모르게 그렇게 말했다.

책 속의 문장들이 어려운 수학 문제보다 쉬웠던 시절.

어린 나는 문득,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무언가를 주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엄마는 고개를 들고 웃으셨다.

익숙한 눈빛으로, 부드럽게 웃으며 말씀하셨다.


“엉… 근데 숫자부터 좀 알려줘 봐라.”


나는 순간 멈칫했다.

“숫자부터?”


“그래, 장에 가서 돈 계산은 해야 하거든.”


그제야 나는 엄마가 한글을 거의 못 읽으신다는 걸

또렷이 깨달았다.


“그럼 그동안은… 계산은 어떻게 하신 건데?”


엄마는 칼을 내려놓고 손을 털며 마루로 올라오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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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 끝에서 바라본 유년의 기억을 꿰메어 글을 씁니다. 삶의 조각들을 하나씩 꿰메어 언젠가는 나만의 ‘토지’를 완성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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