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골목

70화

by 기억을 뀌메는 사람 황미순

제70화 – 아빠, 다른 성씨로 시작한 삶

아빠는 그 많은 외삼촌들과 외사촌들 사이에서

단 한 사람, 다른 성씨로 그 집에 들어왔다.

외할머니의 큰딸이 낳은 아이였고,

그래서 아빠는 외삼촌들보다 나이는 많았지만

가장 조심스러웠던 사람 중 하나였다고 했다.


“내가 걔들 형이긴 하지… 근데 참 묘했어.”

아빠는 가끔 그렇게 말씀하셨다.


가족이었지만 완전히 같지는 않은.

그 미묘한 경계선에서 아빠는 늘 안으로 스며들려 애쓰셨다.

그게 아빠 인생의 시작이었다.


**


외가댁은 사람이 많았다.

외할머니가 낳은 자식들, 그리고 그들의 아이들.

열 명이 넘는 식구들 사이에서

아빠는 늘 ‘가장 먼저 일어나 움직이는 사람’이었다.


새벽이면 우물에 물을 길어오고,

논으로 밭으로 외삼촌들과 함께 나가 일손을 거들었고,

동네 어른들 심부름도 도맡아 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아빠는 늘 먼저 눈치 보고 몸을 움직였다.


왜 그랬을까.

어쩌면 아빠는 자신이 그 집안의 진짜 아들이 아니라는 걸

어릴 때부터 너무 잘 알고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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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 끝에서 바라본 유년의 기억을 꿰메어 글을 씁니다. 삶의 조각들을 하나씩 꿰메어 언젠가는 나만의 ‘토지’를 완성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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