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골목

71화

by 기억을 뀌메는 사람 황미순

제71화 – 아빠의 태평소, 슬픔을 풀던 소리

아빠의 한은, 우리 모두가 알았다.

말로 하지 않아도,

고개를 떨군 뒷모습으로,

먼 산을 오래 바라보던 그 눈빛으로

우린 모두 느꼈다.


아빠는 가끔 술 한잔 하시면

구수하게 이야기 주머니를 푸셨다.


“너희들은 모르지… 내가 얼마나 굽이굽이 돌아온 사람인지…”


**


아빠는 그 시절을 ‘슬픈 날들이었다’고 표현하셨다.

부모가 곁에 없던 어린 날,

큰 외할머니의 집에서 다른 성씨로 들어와

외삼촌들 사이에서 형이면서도,

항상 조심조심, 눈치로 살아야 했던 그 시절.


그 외로움이 얼마나 컸을지,

그 속에서도 무너지지 않으려 얼마나 스스로를 다잡았을지

아빠는 직접 말로 다 하시진 않았지만

한잔 술 들어가면 조금씩 풀어내셨다.


“그래도, 그 시절 서당 다니던 게 나한테는 축복이었지.”

아빠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그런 말씀을 하셨다.


**


서당에선 한문만 배운 게 아니었다.

글씨 쓰고, 책 읽는 아이들 틈에서

어느 날 한 어른이 아빠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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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 끝에서 바라본 유년의 기억을 꿰메어 글을 씁니다. 삶의 조각들을 하나씩 꿰메어 언젠가는 나만의 ‘토지’를 완성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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