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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골목

83화

by 기억을 뀌메는 사람 황미순

83화. 손잡고 갔던 서울, 사랑채의 밤

나는 사실

가끔 아빠 손을 잡고 서울 할머니 댁에 다녀왔었다.

서울 장충동,

아빠가 '본가'라고 부르던 곳.


그 집엔 큰할머니와 작은할머니,

그리고 할아버지가 계셨다.

도시 냄새가 나는,

그러나 낯설지 않았던 집.


아빠는 1년에 서너 번,

조용히 짐을 싸서 서울로 향하셨다.

할머니 생신,

할아버지 생신,

명절이 다 끝난 후,

모든 손님이 빠진 조용한 시기에야 겨우 올라가셨다.

항상 그렇듯,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으려는 듯한 발걸음으로.


그럴 때 나는

엄마의 허락을 받아 아빠를 따라가곤 했다.

서울로 가는 새벽 버스에서

나는 졸음에 눈을 감았다가도

아빠 손의 온기를 느끼며 다시 깨어나곤 했다.

그 손은,

참 많은 것을 지나온 손 같았다.

거칠지만 따뜻했고,

말없이 나를 지켜주는 손이었다.


할머니 댁에 도착하면

나는 조용히 마루 끝에 앉아 있었고,

아빠는 마당 구석에서 작은할머니와

묵은 얘기들을 나누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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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 끝에서 바라본 유년의 기억을 꿰메어 글을 씁니다. 삶의 조각들을 하나씩 꿰메어 언젠가는 나만의 ‘토지’를 완성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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