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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골목

90화

90화. 서로의 마음

내가 보기엔,
할머니는 엄마를 조금 어려워하는 듯했다.
가까이 다가가려 다도
어딘가 조심스러운 태도.

할머니 입장에선
아마 이런 마음이셨을지도 모른다.

‘그 아들,
고아처럼 내맡기고 살아왔는데...
저 며느리가
그 아들을 사람 만들어놨구나.’

아빠가 어릴 때
가진 것 하나 없이 살았던 시절,
할머니는 다시 가정을 꾸리고
멀리서 아들 걱정만 하고 살았다.

그 아들을
밥 먹이고,
일 시키고,
글 가르치고,
사람 만들어준 건
엄마였다.

그래서 고마우면서도 미안하고,
그러다 보니
엄마 앞에서 자꾸 작아졌던 것 같다.

혹은,
“아들이 며느리한테 잡혀 산다”
생각했던 걸지도 모른다.
그래서 더더욱
엄마를 편하게 대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안다.
엄마가 얼마나
우리 가족을 꿋꿋이 이끌어왔는지를.
엄마의 손끝 하나,
표정 하나가
이 집안을 단단하게 만들었단 걸.

할머니도
그걸 모를 리 없었을 것이다.

존경과 미안함,
조심스러움과 애틋함.
그 모든 감정이
그 조용한 거리감 속에
함께 있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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