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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골목

89화

89화. 엄마의 서운함

엄마는 아빠의 외갓집 식구들과는 꽤 잘 지내셨다.
함께 웃고,
밥을 나눠 먹고,
일손도 거들며 정을 쌓아가셨다.

하지만…
엄마의 눈빛에서
가끔 묻어나던 묘한 감정.
그건 ‘부러움’이었다.

엄마는 말했다.
“저 사람들은 피붙이라 그런지
그냥 맘이 가는가 봐.”

그 말끝엔
슬쩍 눌러놓은 서운함이 묻어났다.
그 서운함은 시어머니,
그러니까 할머니에 대한 것이었다.

할머니는 자주 시골에 내려오셨지만
항상 현미네 사랑채나
남동생 집에 머무르셨다.

“아들 집인데 왜 안 자고 가시나 몰라…
손주들도 있는데…”
엄마는 그걸 참 안타까워하셨다.

가까운 아들 집보다,
넓고 편한 동생 집을 택하는 시어머니.
엄마는 이해하려 하면서도
서운함을 감추지는 못하셨다.

아빠 앞에서도,
우리 자식들 앞에서도
가끔은 살짝 삐치신 것처럼
그런 말을 툭툭 흘리셨다.

“아무리 동생집이 좋고 넓어도
아들집보다 좋을까…”

그 말은
단순한 비교나 질투가 아니었다.
그건,
며느리로서 오래도록 참고 쌓아온 감정이었다.
자신도 누군가의 딸이었고,
며느리로 살아온 세월의 무게였다.

엄마는
그렇게 묵묵히 가족의 곁을 지키면서도
어디선가 약간은 외로운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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