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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골목

94화

by 기억을 뀌메는 사람 황미순

94화. 엄마의 한복

엄마는
조금 특별한 날이면
항상 한복을 꺼내 입으셨다.

동네 경로잔치든,
마을 회관 행사든,
조금만 의미 있는 날이면
한복을 꺼내어
고름을 다시 달고,
깃을 정성스레 다리셨다.

**

나는 그런 엄마가
참 예뻐 보였다.
한복이랑 잘 어울리는 사람,
엄마가 딱 그랬다.

한복을 자주 입으셔서
색이 바래고,
질릴 즈음이면
엄마는 혼잣말처럼 말씀하셨다.
“고운 한복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그 말이
어찌나 또렷하게 남았는지
나는 아이처럼 외쳤다.
“엄마! 나중에 내가 돈 많이 벌면
예쁜 옷 자주 사줄게!”

**

진심이었다.
진짜 자주,
진짜 좋은 옷,
진짜 예쁜 한복…
엄마가 원하시는 건
뭐든지 사드리고 싶었다.

그땐 엄마가
더 고운 옷 입고
더 자주 웃었으면 했다.

엄마는 한복 입고 웃는 날,
가장 예뻤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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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 끝에서 바라본 유년의 기억을 꿰메어 글을 씁니다. 삶의 조각들을 하나씩 꿰메어 언젠가는 나만의 ‘토지’를 완성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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