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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골목

글을 마치며

가끔은 문득,

그 시절 흙먼지 날리던 마당이 떠오릅니다.

마루 끝에 엎드려 책을 읽고,

엄마는 고무대야에 손을 담그고,

아빠는 먼동이 트기 전 고무신을 끌고 나가던…

그 평범했던 날들이.


기억은 시간 속에 묻혀 흐려지기도 하지만,

이상하게도 마음은 그때로 더 또렷이 돌아갑니다.

엄마의 웃음,

아빠의 슬픔 섞인 노랫소리,

겨울 언덕을 오르며 얼어붙은 손을 녹이던 내 숨결.


그때는 몰랐습니다.

그 모든 순간이 삶을 이루는 기적이었다는 걸.

그토록 가난했지만,

그토록 따뜻했던 날들이었지요.


이 이야기는 누군가에게는 낯선 옛날이겠지만

누군가에게는 닫아두었던 마음 한편을

슬며시 두드리는 열쇠가 되기를 바랍니다.


사랑하는 나의 가족,

이야기 속에 다시 살아나는 그리운 얼굴들.

이 글을 통해 당신들을

조용히,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었습니다.


이제 이야기를 잠시 덮습니다.

하지만 마음은 여전히 그 시절을,

그 사람들을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부모님께 드리는 편지)

엄마, 아빠
두 분 다 하늘에 계신 지금,
이 이야기를 끝내려 하니 문득 손끝이 떨립니다.
두 분이 살아 계셨다면, 이 글을 읽고 어떤 표정을 지으셨을까요.
엄마는 "아이고, 이런 걸 다 써…" 하시며 웃음 섞인 눈물 흘리셨겠고
아빠는 "그랬었지, 참말로…" 하며
또 한바탕 이야기보따리를 풀었을지도 몰라요.

이 글 속엔
엄마의 정성과 인내,
아빠의 슬픔과 한,
그리고 두 분이 함께 지켜내신 하나의 가족이 담겨 있어요.

한 줄 한 줄,
이야기를 적을 때마다 두 분을 다시 만나러 가는 길 같았어요.
살아 있을 때 미처 전하지 못한 말들,
그때는 몰랐던 부모님의 마음들,
이제야 조금은 알 것 같아요.

엄마,
당신의 웃음, 손끝의 정성, 포기하지 않았던 살림살이,
그 모든 것이 제 마음 안에 살아 있어요.

아빠,
당신의 태평소 소리, 눈빛에 맺힌 그리움,
한을 노래처럼 삼켜내던 그 강인함도요.

이제야
두 분의 딸로서,
그 모든 기억을 엮어 한 권의 책으로 남깁니다.
사랑했고,
사랑받았고,
그리고 지금도 너무나 사랑합니다.

부디 그곳에선 두 분,
편안히 손잡고 웃고 계시기를.

여전히 두 분을 그리워하는
당신들의 둘째 딸이.


기억을 꿰메는 사람 황미순

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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