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전 너머 저쪽》
제18화. 돌아왔지만, 예전과는 다르게
헬스장 바닥은
냉정하고 말이 없었다.
하지만 나는 그 바닥 위에서
조용히 눈을 떴다.
희미한 형광등 불빛,
러닝머신이 돌아가는 소리,
조깅 중이던 누군가의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던 음악.
모든 게
익숙하면서도 조금 낯설게 느껴졌다.
나는 한참 동안
움직이지 않고 앉아 있었다.
“괜찮으세요?”
누군가 내게 말을 걸었다.
헬스장 직원이었다.
내 옆에 앉아 물 한 병을 내밀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물을 받았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손목을 내려다봤다.
그 시계는 여전히 거기에 있었다.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게
딱 내 체온처럼
손목 위에 가만히 얹혀 있었다.
시곗바늘이 천천히 움직였다.
그건 틀림없이
내 시간이었다.
---
집에 돌아왔을 때
거실은 조용했다.
창밖엔 해가 넘어가고 있었고
커튼 사이로 기울어진 빛이 방 안을 누르고 있었다.
나는 벗은 옷을 가지런히 개어두고
엄마의 손수건을 꺼내
책상 위에 올려두었다.
그 위에
차를 한 잔 내려놓았다.
아무도 없는 공간이었지만
누군가와 함께 마시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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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후,
오랜만에 전화를 걸었다.
미경 언니.
엄마가 돌아가시고
조문 때 몇 마디 나눈 뒤
거의 연락을 하지 못했던 사람.
신호음 두 번이 울리고
언니가 받았다.
“여보세요?”
그 목소리에 순간
어린 시절 엄마의 부엌이 떠올랐다.
“언니, 나야. 미순.”
“…어? 웬일이야?”
나는 한참 말이 없다가,
조용히 웃으며 말했다.
“그냥… 갑자기 생각나서.
밥 한 끼 어때?”
“그래. 좋아.”
언니는 망설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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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를 끊고 나니
눈물이 조금 흘렀다.
이번엔 슬퍼서가 아니었다.
문을 하나, 내 안에서 처음으로 다시 연 느낌이었다.
---
창밖엔 바람이 불었다.
커튼이 살짝 흔들렸다.
그 바람 사이로
나는 들은 것 같았다.
엄마 목소리.
“잘했어, 미순아.
이제, 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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