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전 너머 저쪽》
제20화. 사진 속, 그날의 기억
거실 조명 아래
나는 오래된 사진 한 장을
한참 동안 들여다보고 있었다.
흑백에 가까운 채도,
색이 바래 있었지만
그 순간의 감정만은
지금 막 찍힌 것처럼 선명했다.
내가 울고 있었다.
그리고 그 어린 나를
아빠가 안고 있었다.
그 손이 어색하게 보듬는 모습.
내가 왜 그 손을 밀쳤는지,
기억이 흐릿했다.
하지만 어렴풋이
차가운 촉감과 두려운 냄새, 그리고 무서운 침묵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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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뒷면에
흘림체로 적힌 짧은 메모가 있었다.
> ‘76년 여름, 삼막사 입구.
미순이 많이 울었던 날.’
그 글씨는
엄마의 것이었다.
그 글 속엔
책망도 없고, 원망도 없었다.
그냥 ‘그랬던 날’로 남겨둔
한 줄의 기록.
나는 충동처럼
다음 날, 삼막사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지하철에서 내려
버스를 타고,
다시 한참을 걷고 나서야
입구 표지석이 눈에 들어왔다.
사진 속의 계단과 나무,
작은 정자가
그대로 있었다.
그 자리에 가만히 섰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눈을 감았다.
그리고… 들렸다.
“괜찮아.
아빠가 안아줄게.”
어린 미순이 울고 있을 때
아빠가 말없이 했던 말.
그 손은 어색하고
서툴렀지만,
사랑을 표현해 본 적 없는 사람이 낼 수 있는 최선의 온기였다.
---
나는 천천히
그 계단을 오르며
그날의 아빠를 따라 걸었다.
숨이 조금 차올랐을 즈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 “그 사람도, 아버지가 되는 게 처음이었겠지.”
“내가 서운했던 만큼,
그도 두려웠을지 몰라.”
나는 발걸음을 멈추고
잠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푸르지도, 흐리지도 않은
그저 맑은 하늘.
그리고 그 아래에서
나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아빠, 미안해.
그리고… 고마워요.”
---
돌아오는 길,
나는 사진을 다시 꺼냈다.
이번엔
내 얼굴보다 아빠의 얼굴이 더 선명해 보였다.
한없이 조심스럽고
작게 웃는
그 표정.
그 얼굴이
이제는,
낯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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