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전 너머 저쪽》
제21화. 궁전의 마지막 열쇠
돌아온 그날 밤,
나는 혼자 거실에 앉아
불도 켜지 않은 채
긴 숨을 내쉬고 있었다.
마치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하루가 흘러갔지만,
내 마음속에서는
어딘가에서 묵직한 문이 다시 열리고 있었다.
갑자기,
머리맡에 두었던 시계가
다시 희미하게 빛을 냈다.
아무 소리도 없이,
궁전이 나를 부르고 있었다.
---
눈을 감는 순간
나는 이미 그곳,
궁전의 마지막 복도 끝에 서 있었다.
기억보다 더 길게 늘어진 복도.
양옆의 벽에는
보지 못했던 닫힌 방들이 있었다.
그중 하나,
조용히 빛나는 문을 향해
나는 천천히 걸어갔다.
문이 스르르 열렸다.
그리고 그 안에서
나는 아빠를 보았다.
---
그는 젊었을 때의 모습이었다.
큰 손,
낯익은 셔츠,
그리고 어딘가 늘 피곤한 눈빛.
아빠는 방 한가운데 앉아
무언가를 조심스럽게 다듬고 있었다.
내가 다가가자
그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왔구나. 미순아.”
그 목소리에
나는 순간 목이 메었다.
“아빠…”
“너무 늦게 왔지?”
“… 아냐. 안 늦었어.”
나는 그 옆에 조용히 앉았다.
말이 필요 없었다.
아빠는
내 손을 가만히 잡았다.
그 손,
내가 어릴 적
너무 무거워서 감당할 수 없었던 손.
그 손이
이제는 부드럽게,
나를 놓아주듯 감싸고 있었다.
---
“미순아,”
“응?”
“나는 너한테 너무 기대고 말았어.
엄마 없이 네가 얼마나 무서웠을까…
생각은 했는데,
말은 못 했어.”
나는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빠가 나한테 의지했던 거,
그땐 잘 몰랐어.
그냥 내가…
받쳐야 했다고만 생각했거든.”
“그래.
넌 어린애였는데,
내가 널 어른처럼 굴게 만들었지…”
그 말이
마음 한가운데로
조용히 떨어졌다.
---
아빠는
조심스럽게 주머니에서
작은 열쇠 하나를 꺼내 내게 건넸다.
“이건,
네 마음 안에서
닫아뒀던 문을 여는 마지막 열쇠야.”
나는 그 열쇠를 손에 쥐었다.
따뜻했다.
낡고 작았지만,
내가 오랫동안 품고 있던 감정의 무게만큼 단단했다.
“미안해, 미순아.
그리고… 정말 고마워.”
나는 천천히 말했다.
“아빠, 이제는 나도…
당신을 안아줄 수 있을 것 같아.”
우리는
그 자리에서
말없이 서로를 껴안았다.
그 순간,
복도 벽이 천천히 사라지고
새벽빛처럼 맑은 하늘이
궁전 위로 펼쳐졌다.
---
눈을 떴을 때
나는 다시 내 방이었다.
손에는
작은 금속 열쇠가 쥐어져 있었다.
실제로 존재하지 않지만, 확실히 ‘느껴지는’ 무게.
그 열쇠를 보며
나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이제, 문은 내가 여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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