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화. 엄마의 방, 다시 들여다보다

《궁전 너머 저쪽》

by 기억을 뀌메는 사람 황미순

제22화. 엄마의 방, 다시 들여다보다

나는
다시 궁전 복도를 걷고 있었다.

문득,
예전엔 지나쳤던 문 하나 앞에
발걸음이 멈췄다.

희미하게 비친 문에는
이름이 없었다.
대신,
연한 향수 냄새 같은 게
문틈 사이로 스며 나왔다.

그 문을
처음으로 조용히 밀었다.


---

작은 방이었다.
햇살이 가라앉은 듯한
은은한 색감,
화분 하나,
묵직한 나무서랍장.

그리고
책상 위에 엎드려 있는 여인.

엄마였다.

나는 숨을 멈췄다.

엄마는
내가 다가오는 걸 느꼈는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 얼굴엔
내가 기억하는 ‘엄마’의 표정이 아니었다.

그건,
혼자서 많이 참아온 사람의 얼굴.


---

“여기…
처음이지?”
엄마가 조용히 말했다.

“응.
전에 그냥 지나쳤어.”

“괜찮아.
이 방은
그 누구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았던 곳이거든.”

엄마는 책상 위의 상자를
나에게 건넸다.

작고, 조심스러운 손길.
상자 안엔
낡은 메모지, 바느질하던 천 조각,
그리고
병원 영수증이 들어 있었다.

나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이거…?”

“응,
너 어릴 적.
감기 많이 앓았을 때.
그때,
아빠가 바빠서 못 따라간 병원들.”

“혼자였어?”
내가 물었다.

엄마는
작게 웃었다.

“그땐 늘 그랬지.
혼자였어도…
괜찮은 척하는 게
내 역할인 줄 알았어.”


---

방 안에는
작은 의자 하나가 있었다.
엄마는 거기 앉아
내 옆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미순아,”
“응.”
“넌 참 잘 자랐어.
엄마가 옆에 없었는데도
꿋꿋하게…
나보다 훨씬 더 단단하게.”

나는 무심코 손을 내밀어
엄마의 손등을 살짝 덮었다.
어릴 땐
그 손이 왜 그렇게
차갑게 느껴졌는지 몰랐지만,
지금은 안다.

혼자였던 사람의 손은,
따뜻한 걸 오래 품지 못할 때가 많다는 걸.


---

엄마는 내 손을 천천히 감싸며 말했다.

“이 방은
네가 봐주길 기다렸던 곳이야.
엄마도,
누군가에게
보이고 싶었던 날이 있었거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봤어.
그리고 기억할게.”

방 안의 빛이
조금 더 따뜻해졌다.
마치 오래 닫아뒀던 창문이
조용히 열린 것처럼.


---

방을 나오며
나는 문에
작은 종이조각을 붙였다.

[영숙의 방]

엄마의 이름.
처음으로
그 이름을,
내 손으로
‘하나의 공간’에 써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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