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
「밝힌 골목, 꺼진 마음」
---
명동의 복층 매장이 자리를 잡을 즈음,
인생도 새로운 챕터에 들어섰다.
결혼을 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내가 임신을 했다.
소식은 기뻤지만, 솔직히 말해 그때의 나는
“기쁨”과 “부담”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었다.
아내가 매장에서 손을 떼기로 했지만
나는 마음 한편이 불편했다.
힘들다는 말을 입에 올리지 않으려 했지만
현실은,
“이제부터는 진짜 다 내 몫이다”
그 사실이 뼈저리게 다가왔다.
동생도, 누나도 각자 자리에서 나름 도왔지만
장사란 게 그렇다.
돈도, 결정도, 책임도 결국 사장의 몫이다.
그리고 그 시기,
명동의 새로운 매장을 오픈하기 위해
나는 모든 돈을 끌어모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통장도 털고, 장롱도 털고, 친구 통장도 눈에 들어올 뻔했다.”
매장을 열기 위해
정말 없는 살림을 탈탈 털었다.
현금은 들어왔지만,
그보다 빠르게 나가는 지출이 문제였다.
인테리어도 제대로 하고 싶었다.
그 좁고 어둡던 골목을 환하게 바꾸기 위해
조명부터 간판, 쇼윈도까지 전부 바꿨다.
지금 생각하면 거의 골목을 재건축한 셈이었다.
"내가 불도 들어오게 하고, 사람도 오게 했는데"
라는 마음이 있었다.
근데 말이야—
건물주가 바뀐 거다.
하루는 생전 처음 보는 이름으로
내용증명이 날아왔다.
"계약 기간 종료 후 매장 원상복구 바랍니다."
나는 황급히 계약서를 뒤적였지.
‘분명 2년 계약이었는데…’
손에 땀이 나서 종이가 말릴 지경이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1년 계약.
그게 당시에 법적으로 유효했다.
그날 나는 알았다.
사랑도 계약도, 확인은 필수라는 걸.
그 골목을 밝히느라
나는 진짜 통장 잔고까지 환하게 밝혀버렸는데
건물주는 새로운 임차인을 들일 준비를 하고 있었던 거다.
인테리어에 들인 돈이면
골목 타일 다시 깔고, 간판에 다이아라도 박을 수 있었는데
그게 다 수증기처럼 사라질 상황.
머리가 하얘졌다.
‘어떻게 하지?’
‘빚내서 들어왔는데, 이걸 그냥 접어야 하나?’
그때의 내 하루는 이랬다.
오전엔 공장과 원단 협의
낮엔 매장 고객 응대
저녁엔 직원 스케줄 정리
밤엔 계약서 재확인과 잠 못 드는 고민
심장이 하루 3교대를 뛰고 있었다.
아내는 뱃속에서 자라는 아이 때문에
몸도 무겁고 마음도 무거웠을 텐데,
나는 "괜찮아, 다 잘 될 거야"라는 말만 반복했다.
사실 나도 내가 잘 될지 확신은 없었다.
그냥… 포기하기 싫었다.
“매장을 잃는다고 내가 끝나는 건 아니야.”
스스로에게 그렇게 주문을 걸었다.
그래야 버틸 수 있었으니까.
그 당시 내 하루의 유일한 휴식은
새벽에 매장 쇼윈도 앞에 혼자 앉아,
자판기 커피 한 잔 마시며
‘다음엔 어떻게 할까’
중얼거리는 시간이었다.
고객은 늘어나고 있었지만,
나는 점점 더 외로워지고 있었다.
매출 그래프는 오르고 있었지만,
내 마음의 그래프는 아래로 꺾이고 있었다.
그런데도 웃었다.
장사는, 웃어야 하는 직업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