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화
「지하에서 다시, 나를 꺼내다」
재판을 시작했을 땐,
이미 이길 수 없는 싸움이란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냥 물러나고 싶지 않았다.
그 골목을 밝히느라 쏟아부은 내 시간, 돈, 열정을
“그냥 버리세요”라는 말 한마디로 지워지게 놔두고 싶지 않았다.
2년.
재판을 하며, 돈이 새어나가는 걸 보면서도
내 마음 한구석은 계속 저항하고 있었다.
하지만 결국, 나는 졌다.
“법적으로도 계약 기간은 1년이 맞습니다.”
마지막 판결문을 받아 든 날,
그 종이보다 가벼워진 건
내 통장 잔고와, 자존심이었다.
남은 건
산처럼 쌓인 재고,
텅 빈 통장,
그리고
“여기서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라는 막막함.
그때 난 4평짜리 지하상가로 들어갔다.
햇빛도 들지 않는 창 없는 공간.
출입구엔 쾨쾨한 냄새가 났고,
손님도 들어올까 말까 한 좁은 통로였다.
“여기서 또 장사가 되겠어?”
내가 나에게 던졌던 질문이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장사는 또 되기 시작했다.
그 많은 재고를 줄어들게 만드는 손님들이 하나둘씩 찾아왔고
2년 동안 투자했던 돈을
나는 기적처럼 그대로 회수했다.
물론, 그건 돈 이야기였고
내 마음에 남은 상처는 아무도 회수해주지 않았다.
가장 아팠던 건, 믿음이 깨진 느낌이었다.
내가 불 켜고 사람 불러놓은 매장에서
내가 쫓겨났다는 현실.
세상에 대한 회의감,
누군가를 쉽게 믿으면 안 된다는 불신.
솔직히 말하면,
그때는 열 번도 넘게 죽고 싶었다.
매장 문을 열고,
형광등 불빛 아래 덩그러니 앉아
하루 종일 아무 말도 못 한 날도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죽지 않았다.
왜냐면,
내 가족이 살아 있었으니까.
가게는 지하로 내려갔지만,
나는 더 깊이 꺼지지 않기로 했다.
울어도 울어도
결국 돌아오는 건 아이 웃음소리,
아내의 묵묵한 뒷모습,
“형, 다시 해보자”는 동생의 말 한마디였다.
그래서 마음을 다시 모았다.
빚은 갚아야 했고,
먹고살아야 했고,
그리고 — 내가 살아야 가족도 살 수 있었다.
남은 돈과 남은 재고,
그걸 들고 다시 명동으로 향했다.
이번엔 번쩍이는 간판도,
복층도,
화려한 인테리어도 없었다.
이전 매장의 10분의 1 크기.
작은 매장이었지만,
그 안엔 내 지난 10년이 들어 있었다.
참담했고,
무너졌고,
다시 시작하기 두려웠지만—
그래도 나는 또 일어섰다.
왜냐고?
가족이 있었으니까.
그들이
나를 붙잡았고,
나를 살렸고,
나를 다시 걷게 했다.
그날 이후,
나는 매일 이렇게 외쳤다.
“여기는 지하가 아니야. 여긴 내 심장이야.”
그리고 진짜로,
그 좁은 지하상가에서
내 인생의 두 번째 전성기가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