찻잔 하나로 부터

9화

9화. 아이들은 나에겐 축복이자, 정신없음이었다

그렇게 나는 아이 둘을 낳았다.

첫아이는 결혼하고 그해 겨울에,

둘째는 그로부터 3년 뒤,

조용한 봄날에 태어났다.


아이들은 나에겐

축복이자 행복,

그리고 말 그대로 정신없음 그 자체였다.


이유식, 기저귀, 젖병, 열나는 밤,

울음, 웃음, 또 울음.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조차

기억나지 않을 만큼

시간이 내 것이 아니었다.


나의 하루는

‘가족과 일’이 전부였다.

내 몸이 필요 없는 시간이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아이들이 어릴 땐

밤마다 깨는 일이 너무 흔했고,

그래도 다음 날 아침엔

출근 시간에 맞춰

눈을 비비고 일어나야 했다.

남편 도시락을 싸고,

애들 옷 입히고,

아이를 등원시키고,

허겁지겁 전철을 탔다.


일터에선 또 다른 전쟁이었다.

서류를 틀리지 않으려고,

전화를 매끄럽게 받으려고,

사소한 실수 하나에도

내가 엄마라는 이유로

괜히 더 긴장하며 일했다.


퇴근 후엔 또 육아가 시작됐다.

세탁기 돌아가는 소리,

냄비에서 국 끓는 냄새,

책상에 쌓여가는 숙제 노트들.

모든 것이 ‘나를 필요로 하는 것들’이었다.

그래서 내 시간을 가진다는 건

상상조차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힘들다는 말은 거의 하지 않았다.

물론, 아주 없진 않았겠지만

그땐 그냥 ‘원래 엄마는 그런 거다’ 싶었다.


아이들이 웃으며 “엄마~” 하고 안기면

피곤도, 화도, 잊혔다.

작은 손으로 내 볼을 만지던 그 따뜻한 감촉이

하루를 버티게 해 줬다.


가끔은 거울 속의 내 얼굴을 보며

“언제 이렇게 늙었지?”

생각도 했지만,

그래도 마음만은 참 단단했다.


나는 그 시절,

누구보다 필요한 사람이었고,

누구보다 치열하게 하루를 살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게 바로 나를 키운 시간이었던 것 같다.


나를 잊고 살았던 시간들이

결국은 나를 더 깊게 만들어주었다는 걸

이제야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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