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 묻은 손, 맑은 마음》

2화

2화. 어머니의 농담들

우리 어머니는 말수가 많은 분은 아니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어머니를 ‘말 잘하는 사람’으로 기억했다.

왜냐고 묻는다면, 어머니는 딱 맞는 순간에, 딱 맞는 농담을 툭툭 던지곤 하셨기 때문이다.


지게를 지고 고구마를 캐다가도,

장에 나갔다가 남은 채소 값을 깎으면서도,

심지어 장독대에서 된장 뚜껑을 열다가도,

어머니는 말을 흘리지 않았다.

그 대신, 꼭 한 마디씩은 사람을 웃게 만들었다.


“고구마가 어찌나 커졌는지,

속이 시집갈라고 난리여.”


“마늘은 똑똑한 놈이여.

좀만 놔둬도 알아서 쪼개 불고,

알아서 냄새 풍겨 버려.”


“이 고추는 지 할아버질 닮았는갑 보다.

헛기침만 하고 매운맛은 하나도 없어.”


나는 그런 엄마의 농이 좋았다.

왠지 모르게, 그 농담들은

삶의 무게를 잠시 벗어놓는 통로 같았다.


엄마는 손끝이 야무졌지만 마음은 여유로웠다.

물 지게를 메고 들어오면서도

"오늘은 우물 속 달이 통째로 따라 올라왔어,

이거, 달물이다 달물." 하며 웃으셨다.

그 말에 우리는 물맛이 참 달다고, 고개를 끄덕이곤 했다.


어머니는 고된 날일수록 농담을 더 자주 하셨다.

감 따느라 손등이 온통 긁힌 날,

“손톱 밑에 감나무 한 그루 심었나 부지?” 하며

웃으셨다.

그 웃음 속엔 아픔도 있었고, 체념도 있었고,

무너지지 않으려는 한 여자의 꿋꿋함도 있었다.


지금도 시장에서 호박을 고르다 보면

“이 호박은 말이야,

속이 텅 비어서 나 닮았지.”

하시던 어머니 말씀이 불쑥 떠오른다.

그 호박 속엔 된장찌개가 들어가기도 했고,

나중엔 손주를 위한 죽이 되기도 했다.

텅 빈 게 아니었다.

사실은 가장 많은 것을 담고 있던 그 마음.


어머니는 세상의 변두리에서

가장 진한 유머를 쥐고 살았다.

아무도 웃지 못할 날에도,

우리를 한 번쯤 웃게 해 주던 그 말버릇.

그게 나는 아직도, 세상에서 제일 멋진 농담이라고 생각한다.


그 시절,

어머니가 해주시던 된장찌개보다

더 진하고 따뜻했던 건,

바로 그 농담 한 마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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