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 묻은 손, 맑은 마음》

10화

10화. 아버지의 꿈, 아들의 길

두 아이가
어느새 중학생, 고등학생이 되어 있었다.

첫째는 여전히 말로 집안을 웃게 만들었고,
둘째는 조용했지만 눈빛이 달랐다.
어릴 때부터 뭔가를 오래 들여다보고,
한 번 들은 건 잊지 않는 성격이었다.

숙제는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했고,
책상 앞에 앉으면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이놈, 머리가 좋구나’ 하는 생각은
슬며시, 그러나 분명하게 들었다.

우리 집안에서
누군가가 그렇게 공부를 잘할 거라고는
솔직히 기대해 본 적이 없었다.
나는 중학교를 자전거 타고 다녔고,
고등학교 졸업하자마자 서울로 올라와
바로 일부터 시작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둘째를 보고 있으면
문득, 내 아버지가 떠올랐다.

지금도 또렷하다.
그 시절, 우리 집 형편에
아버지는 내게 늘 이렇게 말씀하셨다.

“공부해라. 너만은 연필 잡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나는 그 마음을 알면서도
현실 앞에 그 뜻을 다 받들지 못했다.
그리고 내 삶은 노동과 책임으로 채워졌다.

하지만 지금,
내 아이가 그 길을 가고 있었다.

둘째가 책을 보며 집중하는 모습을 보면
내가 못 이룬 무언가를
이 아이가 대신 이뤄줄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공부가 인생의 전부는 아니란 걸 안다.
성실하게, 정직하게 사는 것의 가치도
나는 누구보다 잘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아이에게
내 아버지가 내게 주려 했던 기회를
기꺼이 물려주고 싶었다.

첫째는 말로 집안에 온기를 더했고,
둘째는 조용히
우리 집의 오래된 바람을 실현해 주는 듯했다.

그 둘이 함께 있을 때,
나는 종종 이렇게 생각했다.

“그래, 잘 살고 있다.
내 삶이 헛되지 않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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