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 묻은 손, 맑은 마음》

11화

11화. 먼 길 떠나는 아들, 그리고 나

둘째는
점점 내가 아닌,
자기만의 길을 걸어가기 시작했다.

조용하고 무던했던 아이는
고등학교 무렵부터
슬그머니 다른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아빠, 저는 미국에 가보고 싶어요.”

처음엔 놀랐다.
아니, 솔직히는 걱정이 앞섰다.
말도 잘 안 통하는 곳에서
어떻게 지낼까.
돈은 어떻게 하지.
낯선 땅에 혼자 보낸다는 게
마음 한구석을 자꾸만 무겁게 눌렀다.

하지만 아내는 묵묵히 도왔고,
학교 선생님들도
“이 아이는 더 큰 무대가 어울려요.”
라며 등을 밀어주었다.

그리고
아이 스스로 준비했다.
대학도 스스로 찾아 지원했고,
국비 유학을 받을 정도로
자기 길을 꿋꿋이 열어갔다.

공항에서
둘째가 검은 배낭 하나 메고 서 있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그 순간,
나는 라디오를 떠올렸다.

어릴 적,
나는 라디오로 서울을 들었다.
보지 못한 세상을
귀로 상상했고,
그 도시의 빛과 속도를
마음속에 품었다.

그때 난 서울을 동경했고,
지금 우리 아들은 세상을 동경하고 있었다.

나는 알았다.
이건 이 아이만의 꿈이 아니라,
세대를 지나 이어진 마음이라는 걸.

내 아버지가
내게 바라던 삶처럼,
이제 나는
이 아이가 나보다 넓은 세상을 살아가길 바라고 있었다.

아들이 게이트를 통과하며
고개를 돌려 마지막으로 손을 흔들었을 때,
나는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목소리를 낼 수 없었다.
울컥하는 마음이,
입 안에서 막혀버렸기 때문이었다.

그날,
나는 돌아오는 길에
아무 말 없이 창밖만 바라봤다.

멀어진 건 거리였지만,
가슴속으로는 더 깊이
이 아이가 자리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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