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 묻은 손, 맑은 마음》

9화


9화. 바쁜 날들 속, 또 한 생명

회사 일이 바빠지기 시작한 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제품이 잘 팔리기 시작했고,
거래처도 늘어나고,
어느 순간부턴 아침 회의가 일상이 되었다.

사장님은 나를 유독 아꼈다.
회의에도 함께 앉게 했고,
관공서 서류도 같이 만들었고,
때로는 신사업에 대한 고민도
스스럼없이 내게 털어놓았다.

어느 날은
사장님이 조용히 내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이제 자네도 넓은 집으로 옮겨야지.
식구가 더 늘지도 모르잖아.”

그 말을 들은 며칠 뒤,
사장님은 내게 보너스를 챙겨주셨고,
회사 근처에 나름 넉넉한 평수의 전셋집을 구하게 됐다.
이사 날, 아내는 눈물을 참지 못했다.
낡은 방 두 칸에서
이제는 거실도 있고, 창도 넓은 집.

나는 월급과 상여금,
그 외 생긴 돈까지 모두 아내에게 건넸다.
“이 집은 당신 손에 맡기오.”
그 말엔 모든 신뢰와 고마움이 담겨 있었다.

회사는 더 바빠졌다.
그 시대,
정말 많은 회사들이 빠르게 성장했고
우리도 그 흐름을 타고 도전했다.

새로운 납품 루트, 기계 도입, 거래처 확장—
나는 늘 사장님 옆에서 움직였다.
몸은 바빴고,
어쩔 땐 밤늦게 퇴근하는 날도 많았다.

그리고, 그런 바쁜 어느 날.
둘째가 태어났다.

첫째 때처럼 손을 잡고 기다려주지 못했고,
산부인과 문을 여는 대신
현장 작업복을 입은 채
집으로 달려갔다.

아내는 말없이
작은 아기 하나를 품에 안고 있었다.
그리고 조용히 내게 말했다.

“이번엔 당신 없는 사이에 혼자 낳았어요.
그래도 괜찮았어요.
당신 열심히 사는 거 알잖아요.”

그 말을 듣는데
참 고마우면서도 미안했다.

그렇게
우리 가족은 네 식구가 되었고,
나는 더 바빠졌지만,
더 책임감 있게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

둘째 아이를 처음 안았을 때,
작은 손이 내 손을 움켜쥐었다.
그 손이 말해주는 것 같았다.
“아빠, 나도 왔어요.
이제 나도 지켜주세요.”

그날, 나는
더는 뒤돌아볼 수 없음을 알았다.
앞만 보고 가야 할 이유가
하나 더 생겼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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