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 묻은 손, 맑은 마음》

8화

8화. 웃음을 닮은 아이

우리 집엔
크게 웃을 일이 많지 않았다.
형편이 넉넉하지 않았고,
나는 늘 일에 지쳐 있었고,
아내는 살림에 고단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웃을 수 있었던 이유는
큰아들 덕분이었다.

그 아이는
어머니를 쏙 빼닮은 입담쟁이였다.
조금은 엉뚱하고,
생각지도 못한 말을 툭툭 던지는데
그 말이 얼마나 재미있는지,
하루의 피로가 다 사라질 만큼
집안이 웃음으로 가득 찼다.

어머니는
말수는 적었지만
농이 참 맛깔난 분이었다.
삶이 고달파도
툭 던지는 한마디에 사람 마음이 풀어지곤 했는데,
어찌나 그 피를 그대로 물려받았는지
큰아들은 다섯 살 때부터 이미 ‘이야기꾼’이었다.

“아빠! 오늘 꿈에 내가 사자랑 싸워서 이겼어!
근데 그 사자가 울면서 미안하대~”
그런 이야기를 천연덕스럽게 늘어놓으면
아내도, 나도
저도 모르게 웃음이 터졌다.

나는 그 아이를 보며 종종 생각했다.
‘이 아이는 나를 닮은 게 아니라,
우리 어머니를 닮았구나.’

그게 너무 고마웠다.
나처럼 무뚝뚝하고 고된 것만 닮았으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그 아이 덕에
우리 집은 늘 이야기꽃이 피었고,
웃음이 있었다.

방 한 칸짜리 집,
낡은 전기장판 하나,
겨울이면 창문 틈으로 바람이 들어왔지만
그 아이가 웃을 때면
그 모든 게 부끄럽지 않았다.

비록 돈은 없었지만
그 웃음만큼은
누구보다 부유하게 지냈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 아이에게
비싼 장난감은 못 사줬다.
유행하는 옷도, 학원도 마음껏 보내지 못했다.
그런데도
그 아이는 늘 해맑았고,
말 하나로
온 집안 분위기를 바꾸는 힘이 있었다.

어느 날은
퇴근하고 돌아오자
문 앞에서 그 아이가 큰소리로 외쳤다.

“엄마! 아빠 왔다!
이제 웃을 시간이에요~!”

그 말을 듣고
나는 문을 닫기도 전에
벌써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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