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 묻은 손, 맑은 마음》

7화

7화. 아이가 태어나던 날

아내는
처음 만났을 때도 고운 사람이었지만,
살아보니 더 바르고, 더 단단한 사람이었다.
말수는 많지 않았지만
늘 집안을 가지런히 지켰고,
어떤 날은 내 기분까지 먼저 알아차려주곤 했다.

나는 그럴 때마다
‘참 잘 결혼했구나’ 싶었다.
가진 것도, 보여줄 것도 없던 나를
그 사람은 조건 없이 믿어줬다.
그 믿음이 내겐
세상에서 가장 든든한 울타리였다.

일터에서도 변화가 생겼다.
기계만 닦던 사람이
납품 일정도 책임지고, 서류도 맡고,
가끔은 거래처 앞에서 회사를 대표해 설명도 했다.
사장님은 더 이상 내게 단순한 심부름을 시키지 않았다.
그 대신 “이 일, 너라면 맡길 수 있다”라고 말해주셨다.

그런 시간들이 쌓이며
나는 조금씩 ‘사람 구실’을 해간다는 걸 느꼈다.
더는 누군가의 손을 벌려 기다리는 사람이 아니라,
책임지고 지켜야 할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첫아들이 태어난 날.

그날은 지금도 생생하다.
새벽같이 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허둥지둥 옷을 챙겨 입고 택시를 탔다.
심장이 터질 듯 뛰고
손은 식은땀이 났다.
그렇게 분만실 앞에서
몇 시간이고 기다리다가,
간호사가 문을 열고 말했다.
“아버님, 아기 낳으셨어요.”

‘아버님’
그 한마디에
나는 그 자리에 얼어붙은 듯 섰다.

들려오는 아이의 울음소리를 듣는데
이상하게 눈물이 났다.
숨을 막고 있다가,
무언가 풀어지듯 쏟아지는 눈물.

나는 세상의 모든 것에
감사하고 또 감사했다.

기름때 묻은 손으로
새 생명의 작은 손을 처음 만졌을 때,
나는 내가 더 이상 혼자 살아가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그날은 유난히
부모님 생각이 많이 났다.
고된 삶 속에서도
내게 이 길을 열어주신 분들.
이런 감격을,
이런 기쁨을
그분들도 한때 느끼셨겠구나 싶었다.

나는 그날 밤,
잠든 아내 옆에 앉아
조용히 속삭였다.

“고맙소. 당신 덕에,
내가 아버지가 되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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