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 묻은 손, 맑은 마음》

13화

13화. 다시 우리 둘만의 시간

아이들은
어느새 다 자랐다.

첫째는 결혼을 하고,
둘째는 유학을 떠났다.
텅 빈 방이 두 개.
식탁 의자는 둘만 남았다.

오랜만에 마주한 고요.
그 고요가 처음엔 조금 서운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시간이 흐를수록 그 조용함이
편안함으로 바뀌어갔다.

이제는
아내와 둘이 시장에 간다.
예전엔 급히 장만 보고 돌아오던 곳이
이젠 천천히 발걸음을 맞추는 산책길이 되었다.

가끔은
텃밭에 같이 나가
마늘 쪽파를 같이 심고,
잡초를 뽑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다.

아내가 먼저 말한다.
“우리도 다 키웠네.”

나는 말없이 고개만 끄덕인다.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눈빛 하나로 서로 마음을 읽는다.

그렇게
다시 우리 둘만의 시간이 시작됐다.

늦은 밤엔
따뜻한 차를 마시며 텔레비전을 보고,
때로는 소파에 기대 책을 읽기도 한다.
아내는 건강을 생각해 요가를 하고,
나는 손주 사진을 들여다보며 혼자 웃는다.

이제는
사소한 것에도 감사하게 된다.

아침마다 아내가 내어주는 따뜻한 밥상,
햇살 좋은 날 마당에서 마시는 커피 한 잔,
그리고
아무 일 없이 흘러가는 하루.

젊은 날엔 몰랐다.
이런 시간이 얼마나 귀한지를.

세상은 여전히 빠르게 돌아가지만
우리 부부는
이제 조금 느리게 살아가고 있다.
그 느림이,
참 좋다.

인생 후반전엔
성취보다 평온이 더 소중한 걸
이제야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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