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 묻은 손, 맑은 마음》

14화

14화. 빈자리, 그러나 여전히 곁에 있는

그 사이,
아버님과 어머님은
차례로 세상을 떠나셨다.

조용하고, 성실했던 두 분.
많은 걸 말씀하시진 않았지만
그분들의 삶 자체가 한 편의 교육이었다.

나는 부모님의 마지막 모습을
조용히 가슴에 묻었다.
장례식이 끝나고도
한동안은 ‘진짜인가’ 싶었다.

어느 날엔
텃밭에서 일하다
문득 어머니의 뒷모습이 떠오르고,
다른 날엔
고요한 거실에서
아버지가 라디오 앞에 앉아 계신 듯한 착각이 들었다.

이제는
추억만이 남았다.
그래도 감사한 건,
그 추억들이 내 삶 곳곳에 남아
늘 곁에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점이다.

문득,
동생들이 떠올랐다.
각자 가정 꾸리고 바쁘게 살고 있지만
우리가 한때
한 집에서 웃고 울던 식구였다는 걸
잊지 않으려 했다.

“형이 한 번 다 같이 여행 가자.”
말을 꺼내니 동생들이 흔쾌히 좋다고 했다.
아내도,
“그래, 다녀오자.
우리도 이제 그렇게 살아야지.”
하고 웃으며 짐을 챙겼다.

작은 펜션,
도시 외곽의 바다 근처였던가.
밤엔 고기 구워 먹고
술 한 잔 따라주며
부모님 이야기를 꺼냈다.

“아버지 참 말수 없으셨지?”
“어머니는 저녁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상을...”

이야기 끝엔
다들 잠시 말이 없었다.
그건 슬픔이 아니라
그리움에 잠긴 고요함이었다.

그 여행은
화려하진 않았지만
우리 가족이 서로를 다시 기억하고,
부모님을 마음 깊이 다시 모시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세월이 가도,
가족이란 건 결국
서로를 다시 꺼내어
따뜻하게 불러주는 일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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