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화
16화. 내가 남기고 싶은 말
이제는
아침마다 눈을 뜨면
오늘 하루를 천천히 걸어가야겠다고 생각한다.
예전엔 늘 시계를 보며 살았지만,
요즘은 햇살의 기울기와
손주의 발소리로 하루를 잰다.
손주가 종종 달려와
“할아버지, 나랑 놀아요!”
하고 웃으면
내 다리는 좀 아파도
가슴은 그렇게 가볍고 따뜻해진다.
작은 손에 끌려 마당을 한 바퀴 돌고,
짧은 다리로 고무공을 차는 모습을 보며
문득
그 아이의 아빠였던 내 둘째가,
그 아이처럼 뛰놀던 그 시절이 떠오른다.
세월은 참,
모래처럼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지만
기억은 그렇게 매일 다시 피어난다.
요즘은 가끔
혼자 앉아 노트를 편다.
내가 살아온 이야기,
그 속에서 내가 지키려 했던 것들,
그리고
아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들을
조용히 써본다.
“아빠는 많이 가진 건 없었지만
항상 바르게 살고 싶었다.
정직하게 벌었고,
최선을 다했다.”
“힘든 날이 와도
사람을 원망하지 마라.
사람은 누구나
자기 짐을 지고 가는 거란다.”
“가족은 결국,
끝까지 남는 울타리다.
사랑한다는 말,
아끼지 말고 자주 해라.”
나는 내 자식들이
세상에서 제 몫을 다하며 살아가는 걸 보며
‘이제 괜찮다’는 마음을 갖는다.
그리고 언젠가
내가 이 세상을 조용히 떠나더라도
이 글들이,
내 마음 한 조각처럼 남아
아이들 곁에 머물러주었으면 한다.
나는 그렇게
삶의 끝자락에서
조용히, 그러나 뿌듯하게
나의 시간을 정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