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
10화. "라면이 뭐라고"
국민학교 시절,
그날은 아주 특별한 날이었다.
왜냐하면…
우리 집에 처음으로 '라면'이라는 걸 들고 온 날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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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출하고 돌아온 아빠가
커다란 상자를 들고 오셨다.
호기심이 발동한 나는 얼른 물었다.
“뭐예요, 아빠?”
아빠는 상자 위에 쓰인 글자를 보며
조금 멋쩍게 말씀하셨다.
> “이게 말이지… 라면이라는 건데…
끓여 먹는 거래.
엄마, 한번 끓여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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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박스를 열어 한참을 보시곤
뭔가 불안한 눈빛으로 중얼거리셨다.
“면발이 왜 이리 꼬불꼬불하다냐…”
그렇게 우리 집 주방엔
처음으로 라면 물이 끓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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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엄마가 라면을
**'국수처럼 삶으셨다'**는 거다.
물을 잔뜩 붓고,
면을 넣고
김치도 넣고
고추장도 한 숟갈…
마지막에 계란도 깨서
푹 익혀서 잘 저어주셨다.
결과물은
라면이라기보다
걸쭉한 잡탕죽(?) 같은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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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온 가족이 국처럼 떠먹었다.
아빠는 젓가락 대신 숟가락으로 한 입 드시고는
고개를 갸우뚱하셨다.
> “음… 이게… 맞나…?
뭐… 짭조름하니 먹을 만은 하네.”
엄마는 뿌듯하셨다.
> “맛있지? 내가 김치 좀 넣어봤어.
다음엔 된장도 조금 넣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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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뒤
같은 라면을 먹어본 옆집 아주머니가
엄마께 한 마디 하셨다.
> “언니, 라면은 물을 조금 넣고
면발이 꼬들할 때 불 끄는가~”
그 말을 들은 엄마가
충격받은 얼굴로 나를 쳐다보셨다.
> “아니, 그럼 그날
우리가 먹은 건 뭐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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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생각하면
우리 가족의 첫 라면은
'진라면'이 아니라
진심 라면이었다.
라면이 뭔지도 모르고
그냥 맛있게 먹던 그때.
그 시절에는 뭐든
배꼽 잡고 먹고, 웃고,
그게 인생 최고의 한 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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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라면 냄새가 나면
그날의 웃음이 떠오른다.
꼬불꼬불 면발보다
엄마표 푹 퍼진 면이
더 맛있었던 시절.
그냥 웃긴 게,
제일 웃겨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