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첫 농사, 나를 일구다》
– 자서전 2화
봄이 왔다.
한겨울을 유튜브와 농업센터 자료로 채우던 내게,
이제는 실제 땅을 마주할 시간이 왔다.
바람은 아직 매서웠지만,
햇볕은 밭등성이에 걸쳐 따뜻해지고 있었다.
가장 먼저 한 일은 풀을 베는 것이었다.
그 어떤 작물도 풀보다 먼저 자란다는 걸,
나는 몸으로 알게 됐다.
낫을 들고 허리를 굽혔을 때,
내 손은 서툴렀고
허리는 금세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풀 한 줄기 베일 때마다
나의 마음속 어지러운 생각도 같이 잘려나가는 기분이었다.
잡초와 씨름하고,
비료를 고르고,
포클레인 기사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을 청했다.
“밭이 경사가 높고 아직 안 녹아서. 무거워요, 하루 이틀 기다려요.”
그 말도 몰랐던 초짜는,
지레 겁먹고 쩔쩔매기 일쑤였다.
밭이 생각보다 넓었다.
아버지가 그리 애써 일구셨던 이유를,
그제야 알았다.
그 땅은 그냥 흙이 아니라,
사람 손이 닿아야만 숨 쉬는 생물 같았다.
나는 마음이 급했다.
각종 씨들을 사모았다
모임 때 친구가 씨만 뿌렸을 뿐이데 도라지 꽃이 그 밭에 피더라고.
이른 봄 포클레인이 지나간 자리는 아무거나 심어도 잘 자랄 듯 보였다.
구역을 대충 나누어
나는 두릅 뿌리를 유튜브채널. 어느 분에게 구입해. 심었다.
쉽다고들 해서 선택한 작물이지만,
막상 줄을 맞추어 심고 보니 어설프긴 했다
심는 간격을 뜨문뜨문 풀관 리를 잘할 수 있게 ~~
두둑을 만드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처음 도라지씨와 더덕씨를 를 뿌리던 날,
나는 오래도록 밭에 앉아 있었다.
바람에 나뭇잎이 흔들리고
저 멀리서 종달새 울음이 들릴 때
‘이게 사는 거구나’ 싶었다.
하지만 그렇게 낭만적인 순간은
얼마 안 갔다.
풀들이 자라기 시작한 것이다.
발아래 알고 지내던 권정우 사장님께 전화가 왔다
"풀이 자라요
제초제라도 쳐야지"
"제초제 쳐도 될까요??"
무조건 밭으로 갔다
원래 있던 두릅나무가 꽤 있기에 두릅 농사가 비탈진 밭에는 편한 농사 같아서 심은 건데 두릅보다 풀이 먼저 자라났다.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탓이었다.
며칠을 앓듯이 울었다.
내 손으로 한 일이 이렇게 쉽게 무너질 줄은 몰랐다.
그 무렵,
동네 어르신 한 분이
말없이 감자를 건네주셨다.
“이건 작년 내 밭에서 잘 된 놈들이야.
비탈진 밭이라 힘들 거야
다음에 또 해보면 돼.”
그 말이 이상하게 울컥했다.
실패도, 실패로 여기지 않는 사람이 있었다.
내가 실패에 민감한 건,
아직 이 일을 진심으로 받아들이지 못해서일지도 몰랐다.
난 내가 좋아하는걸 나머지 구역에 심으려 밭을 일구었다 퇴비를 곳곳이 쏱아붓고 고구마 두줄
수박 세줄 옥수수 한 줄 호박 두줄
그리고 텃밭에 심은 배추 몇 포기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수확이라기엔 부끄럽고
먹을거리라기엔 아쉬웠지만,
나는 그날
남편에게 묵묵히 한 접시를 내밀었다.
그는 말없이 받아먹고
“이건 진짜 고소하네”라고 했다.
그 한마디면 충분했다.
겨울이 다가왔을 때,
나는 밭을 천천히 둘러봤다.
잡초는 없었고
흙은 차갑지만 단단했다.
내가 흘린 땀,
내가 쏟은 마음,
내가 견뎌낸 사계절이 그 밭에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그리고 그 밭이
내 마음을 닮아 있었다.
버겁고 고단했지만,
나는 나를 일구는 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