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농사, 나를 일구다》

5화

《첫 농사, 나를 일구다》

5화. 6월, 풀과의 전쟁

심어놓은 모종들은
한낮의 햇볕 아래 조용히 몸을 키우는 것 같았지만
사실은 매일 죽어가고 있었다.

나는 포기하지 않았다.
수박이 좋아서,
정말 내 손으로 수박밭을 만들어보고 싶었기에
모종이 시들면
읍내 농협에 다시 가고,
또 심고,
시들면 또 사고,
그렇게 수박밭을 살려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수박을 키우는 게 아니라
나를 단련하고 있던 시간이었다.

6월.
풀은 본격적으로 자라났다.
정확히 말하면
폭주했다.

600평.
누구는 작다고도 하지만
혼자 감당하기엔 거대한 평수.
하루 200평을 풀매기만 해도
풀은 내가 돌보지 않은 400평에서
기세 좋게 다시 자라났다.

정성 들여 심은 모종들 사이로
민들레, 돼지풀, 질경이, 가시넝쿨까지
다른 이름의 생명들이
‘우리도 살겠다’며
쑥쑥 몸을 키웠다.

호미와 낫,
작은 제초칼 하나 들고
아침부터 허리를 굽혔다.
풀은 뽑아도, 또 났다.
돌아서면 그 자리에, 또.

누군가 말했었다.
“제초제 한 번 쳐요. 그렇게 하면 하루 만에 깨끗해져요.”
나도 망설였다.

하지만
내가 먹을 수박이고,
고구마고,
호박이고,
손녀딸도 먹을 걸 텐데
쉽게 약을 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더 치열했다.
몸으로, 시간으로, 의지로 버텨야 했다.

아침엔 풀,
낮에는 물,
해 질 무렵에는 모종들 옆에 앉아
잎을 만져보고,
물이 모자라진 않았는지
말없이 이야기 나누는 시간이었다.

가끔은 풀을 뽑다가
내 마음속에 뿌리내린
묵은 생각들도 함께 정리되는 느낌이었다.
내가 땀을 뿌릴수록
그 밭이 나를 갈아엎고
다시 심는 것 같았다.

그 와중에
살아남은 수박 넝쿨들이
줄기 끝에 노란 꽃을 달기 시작했다.
어설프게 삐딱하게 심었던 옥수수도
곧게 자리를 잡고 자라나기 시작했다.

나는 매일 밭에서 배운다.
풀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풀을 적당히 걷어내고
적당히 남겨두며,
균형을 잡는 것.

6월의 밭은
전쟁터이자,
내 속마음을 비추는 거울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첫 농사, 나를 일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