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농사, 나를 일구다》

4화

《첫 농사, 나를 일구다》

4화. 5월, 싹이 올라오다

5월은 어정쩡한 달이었다.
날씨는 점점 따뜻해졌지만,
내 마음속은 여전히 겨울 같았다.
이제 씨를 심어야 했고,
‘진짜 농사’가 시작되려는 순간이었지만
모든 게 낯설었다.
내 손끝도, 땅도, 작물도.

겨우 두 덕을 만들었다.
그것도 삽질과 괭이질로
며칠을 씨름해서 간신히 만든 흙더미였다.
읍내 농협에서 고구마 줄기 세 묶음을 사 와
유튜브에서 본 대로
검은 비닐 위에 구멍을 내고
고구마 줄기를 꾹꾹 눌러 심었다.

마치
“이 땅에서 잘 살아줘.”
하고 말을 거는 듯한 마음이었다.
작은 생명 하나하나에
내 마음도 꾹꾹 눌러 담았다.

하지만
그다음 주에 밭에 나가보니
절반 가까이가 시들시들 죽은 듯 보였다.
고개를 축 늘어뜨리고
햇볕에 바짝 마른 채로
살아 있는 건지 죽은 건지조차 헷갈렸다.

‘내가 뭘 잘못했을까…’
흙이 너무 질었던 걸까.
물이 부족했던 걸까.
비닐 아래가 너무 뜨거웠던 걸까.
이럴 줄 알았으면
심기 전에 누군가에게 물어봤을 텐데.

그날은
마음도 바싹 말랐다.
트럭을 몰고 읍내로 가
고구마 줄기를 또 사 왔다.
두 묶음 더.
이번엔 꼭 살게 해 주겠다는 마음으로
조심조심 다시 심었다.

그리고 나서야
‘이렇게 농사는
매일매일이 새로 시작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심었다고 다 끝난 게 아니구나’
하는 걸 알았다.

그 틈틈이
나는 호박씨, 수박씨, 옥수수씨도
이곳저곳에 뿌렸다.
줄을 맞춰 파고,
씨를 넣고,
덮고,
그 위에 플라스틱 병을 잘라 씌웠다.
작은 온실처럼.

“이렇게 해두면
갑자기 추워져도 얼지 않고,
풀도 못 자라게 막을 수 있어요.”

유튜브 선생님 말대로 했다.
하지만 씨앗이 자라나지 않는 이유는
그 누구도 확답해주지 않았다.

매일 새벽에 밭에 나가
심은 자리를 확인하고,
비닐 아래 땅을 만져보며
촉촉한지, 너무 질은지 살폈다.
때론 물 대신 눈물이 나올 정도로
마음이 조급했다.

그러다
옥수수 한 알이 싹을 틔웠다.
지푸라기 사이에서 고개를 쏙 내민
연두색 작은 생명.
나는 숨을 참은 채
그걸 한참이나 바라봤다.

‘살았구나.’
‘정말 살아줬구나.’

사람도 그렇다.
세상에 심어두었다고
모두 다 자라나진 않는다.
때를 만나야 하고,
햇살도 받아야 하고,
손길도 받아야 하고,
살겠다는 의지도 있어야 한다.

내가 지금 하는 일은
단지 밭에 씨를 심는 일이 아니라
내 안의 무언가를 다시 자라게 하는 일이구나.

고구마 줄기가 다시 자리를 잡기 시작했고,
수박 싹이 몇 개 올라왔다.
호박은 아직 감감무소식이지만,
내 마음은
이미 조금씩 자라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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