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농사, 나를 일구다》

7화

《첫 농사, 나를 일구다》

7화. 풀과 비, 그리고 생명을 지킨다는 것

두릅을 심은 자리에서부터
내 마음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유튜브에서 본 방식대로 정성껏 심었지만
현실은 다르다.
두릅은 자라기는커녕 풀이 이겨먹을 기세다.

한나절 쪼그려 앉아 풀을 뽑고,
30분을 일하면 한 시간은 쉬어야 하는 나에게
이 풀밭은 전쟁터나 다름없었다.

두릅을 하나하나 살려내고 싶었다.
그 마음 하나로 삽을 들고, 손을 뻗었지만
쉽지 않았다.
풀은 왜 이렇게 빠르게 자라는 건지,
도대체 어디까지 뽑아야 ‘끝’이 있는 건지
끝이 안 보였다.

비탈지지 않은 곳은 예초기를 돌렸다.
손으로 하는 풀 뽑기가 주는 섬세한 애정도 좋지만,
예초기의 시원한 소리와 함께 풀들이 쓰러질 때면
마음까지 후련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뭔가 통쾌했고,
땀에 젖은 몸이 순간 가볍게 느껴졌다.

하지만 기계는 늘 조심해야 한다.
안전장비를 제대로 챙기고,
혹시나 다칠까 천천히, 조심조심.
“위험하지 않게 하자.”
이 말은 내 마음속에서 주문처럼 맴돌았다.

무엇보다 비가 오지 않았다.
7월 초반, 장맛비가 조금 있었을 뿐
그 후로는 바짝 마른날들이 이어졌다.

삼일에 한 번씩 밭에 가면
자라던 것들이 시들어 있고,
잎은 타들어가고 있었다.
생명들이 타 죽는 걸 보는 일은
생각보다 더 마음이 아팠다.

“내가 물을 주지 않으면, 이건 다 끝이야.”

물탱크에서 호스를 길게 끌어내
밭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물을 뿌렸다.
햇볕은 뜨겁고
호스는 자꾸 꼬이고,
신발은 흙탕으로 젖었지만
그게 하나도 싫지 않았다.

그저 살려야 한다는 마음 하나.

그 마음이 나를 밭으로 이끌었고,
물을 끌게 했고,
풀을 자르게 했다.

풀은 또 자라고,
날은 또 더워지고,
작물은 또 시들지만
나는 그 속에서 조금씩 단단해졌다.

처음 농사를 지을 때는
이런 싸움이 기다리고 있을 줄 몰랐다.
하지만 이 싸움이
나를 일구고 있다는 걸 요즘은 안다.

예전엔
“그냥 버텨야지”라고만 생각했던 일들이
이젠
“내가 이 생명을 책임지고 있다”는
어엿한 사명감으로 바뀌었다.

풀을 베고, 물을 주고,
작은 열매 하나를 살리는 일.

그게 사람을 바꾸는 일이라는 걸
내가 이렇게 알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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