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농사, 나를 일구다》

8화

《첫 농사, 나를 일구다》

8화. 비의 선물, 풀의 반격

며칠 내내 비가 내렸다.
몇 달간 마른땅을 붙잡고 기도하듯 기다렸던 비는
거짓말처럼 시원하고 넉넉하게 내렸다.
가뭄 끝의 단비란 표현이
이럴 때 쓰는 말이겠지.

마치 하늘이 내 마음을 안다는 듯
비는 일주일 내내 내려주었고
나는 오랜만에 밭일을 쉬었다.
몸도 쉬고, 마음도 조금 쉬었다.

중간에 한 번,
비료를 조심스럽게 뿌려줬다.
무심한 비는 작물의 양분까지도 씻어가니
내 손으로 보충해줘야 했다.

그렇게 한 주간의 여유는
오랜만에 느껴보는 평화였다.
비 오는 날 창문 열고 밥을 지으며,
“이 비가 내 작물들을 살리겠구나” 하고
감사함에 눈물이 핑 돌았다.

하지만 그 평화는 오래가지 않았다.
비가 그치고 며칠 지나
밭에 나가본 순간,
나는 다시 현실로 돌아와야 했다.

밭은 또다시 풀들의 나라가 되어 있었다.

특히 더덕과 두릅을 심은 자리는
거의 풀의 점령지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풀과 비가 손잡은 셈이다.

호박과 수박을 심은 자리는
검정 비닐이 덮여 있어서 그나마 괜찮았다.
비닐 아래 뿌리를 지켜낸 모종들은
비를 먹고 싱싱해져 있었다.
그 모습이 얼마나 기특하고 사랑스럽던지.

하지만 더덕밭은 달랐다.
더덕은 아주 예민한 작물이다.
씨앗을 심고도 한참을 기다려야 싹이 나오는데,
이번엔 아예 삼등분만 살아난 듯했다.
나머지는,
풀이 덮었거나
물에 쓸려갔거나
아예 살아남지 못했다.

허망했다.
내가 그렇게 땀을 흘리며 줄 맞춰 씨를 뿌리고,
조심조심 흙을 덮어주던 그날들이 떠올랐다.
하지만 밭은 한쪽에선 기쁨을, 한쪽에선 실망을 동시에 안겨줬다.

그 순간, 마음이 다소 무너졌지만
“이 또한 농사다.”
누군가 내게 그렇게 말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농사는
항상 내 뜻대로 되지 않고,
자연이 반은 가져가버린다는 걸
몸으로 배우고 있었다.

비가 와서 고마웠고,
풀이 자라서 또 허탈했다.
하지만 여전히, 나는 이 밭을 사랑한다.

실망도, 기쁨도, 내 밭이기에 전부 소중한 감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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