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농사, 나를 일구다》

9화

《첫 농사, 나를 일구다》

9화. 첫 수확, 손에 쥔 기쁨

기다리던 첫 수확이 시작되었다.
봄 내내 심고, 여름 내내 땀 흘렸던 그 자리에서
하나둘씩 열매가 고개를 내밀기 시작했다.

호박은 종류별로 심었다.
단호박, 늙은 호박, 주황색이 곱게 물든 조선호박까지.
조금씩 달랐지만 하나같이 내 손을 거쳐 자라난 것들이었다.
참 이상한 감정이다.
땅에서 나는 열매인데, 꼭 내 새끼 같은 느낌이 든다.
심어주고, 물 주고, 풀 뽑고, 마음 졸이며 키운 아이들.

오이도 조금 심었는데
초여름 햇살에 쑥쑥 올라와주더라.
옆으로 줄을 타고 넝쿨을 늘리더니
날렵하고 반짝이는 오이들이 매달리기 시작했다.
그 오이를 처음 따서 입에 넣었을 때
풋풋한 그 향,
시장에서 사 먹던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그 순간 생각했다.
"아, 이 맛에 농사짓는구나."

그리고 수박.
말이 필요 없다.
올해 내 밭에서 가장 큰 감동이었다.

기대는 했지만
수박은 손이 많이 가고 까다롭다고들 해서
큰 기대는 안 했었다.
하지만 기대 이상으로 잘 자라줬다.
비닐 덮은 밭 한편에서
하루가 다르게 동글동글 커지던 수박은
처음엔 참 작아 보였는데
딱 먹기 좋은 손바닥보다 조금 더 큰 크기까지 자랐다.

무게는 가볍고 크기는 작았지만
안에 꽉 찬 단맛은 정말이지 감동 그 자체였다.

그 첫 수박을
친구들 모임에 가져갔다.
작년까지만 해도 그냥 웃고 마시던 자리였는데
올해는 내가 직접 키운 수박을 들고 나타났으니
친구들도 깜짝 놀라더라.

수박을 잘라 한 입 베어문 그 순간,
누구랄 것도 없이 "야, 이거 꿀이다!"
그 말 한마디에
그동안의 힘듦이 싹 날아가는 기분이었다.
그건 단순한 과일이 아니었고,
내 노력의 결실이었고,
내 손으로 만든 여름의 자랑이었다.

친구들에게 단호박도 나눠줬다.
어떤 친구는 된장찌개 끓여 먹겠다고 들고 갔고
어떤 친구는 어머니께 드린다며 귀하게 싸갔다.

그 모습을 보며 나도 몰래 뿌듯해졌다.
"내가 키운 걸 누군가 먹는다는 것."
그 자체가 고맙고 감격스러웠다.

농사는, 땀의 노동이지만
그 끝에는 분명 ‘기쁨’이 있다.
그걸 처음 손에 쥐는 순간,
올해 내내 들였던 고생이
참 잘한 일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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